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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 말을 들으면 자다가도 떡이 생긴다지만 어른이라고 다 현명하지는 않다. 그래도 우리는 늘 어른이 되기를 꿈꾸며 성장과 성숙을 고대한다. 적어도 어른은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법을 더 잘고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성장은 통증을, 성숙은 시행착오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경험으로 체득한 교훈은 쉽사리 잊혀지지 않으며 같은 실수를 범할 확률을 현저히 떨어뜨린다. 여중생 소영의 뼈아픈 성장일기인 <알게 될거야>는 우리가 알고 있는, 혹은 언젠가는 꼭 알아야 할 이 진리를 담담히 전달하며 어른이 되어야 할 이유를 넌지시 일러준다.

소영은 아직 어리다. 자신이 컨닝을 했다는 부당한 오해를 받고도 감히 저항할 줄 모른다. 처음에는 컨닝이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선생의 완강한 태도에 금새 기가 꺾여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소영의 부정행위를 처음 발견(오해)하고, 소영을 점차 궁지에 몰아넣는 강영숙 선생 역시 어리다. 라면에서 파를 골라낸다거나 화장실에 몰래 숨어 담배를 피다 걸리는 모습은 그녀의 미성숙함을 반증한다. 게다가 학교와 선생의 권위 앞에 주눅 든 소영만큼이나 영숙도 약자다. 계약직 교사인 그녀는 정식임용을 코앞에 둔 처지라 학교 안의 잡무를 떠맡아야 하는 것은 물론 주위 정식교사들에게 무조건 잘 보여야 하는 처지다. 그러나 영숙은 적어도 소영보다는 강자다. 그래서 영숙은 자신의 생각에 확신이 들지 않으면 않을수록 자기주장을 더욱 강하게 밀어붙인다. 입장을 철회하는 순간, 자신이 위기에 처할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생각보다 문제가 커지자 영숙은 자기 방식대로, 그리고 자신이 알고 있는 세계 내에서 이를 처리하고자 한다. 그리고 영숙은 조용히 소영을 불러 이야기한다. 어린 시절, 비오는 하굣길에 아무도 자신을 마중 나오지 않았던 일화를 들려주며 뜬금없이 소영을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결국 소영은 선도위원회에 회부되어 자신이 컨닝을 했다고 거짓 고백하고 영숙은 위기를 모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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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소영은 이미 알고 있다. 영숙이 자신만큼이나 약자이며 위기에 처해있다는 것을, 또 그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라는 것까지 말이다. 선도위원회 자리에서 자신을 바라보는 영숙의 시선이 얼마나 다급하고 절박한지 확인한 순간, 소영은 별 어려움 없이 영숙이 원하는 대답을 던져준다. 결국 영숙이 소영을 돕는 것이 아니라 소영이 영숙을 돕는다. 적어도 이 순간, 소영은 영숙보다 성숙하다.

선도위원회가 끝난 후, 소영이 옥상에 올라 자신의 얼굴을 손거울에 비춰본 뒤 힘껏 던져버리는 장면이 의미심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수업시간에 거울에 맺힌 상을 설명했던 영숙의 (어른이자 선생으로서의)권위를 부정하는 것이기도 하고 자신이 순진하게 믿어왔던 윤리나 도덕이 부정당하는 현실에 대한 반발이기도 하다. 소영이 영숙을 통해 배운 것은 이기적 인간이 되어야 손해보지 않고 산다는 것뿐이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잔혹하지만 자명한 진리다. 이언 매큐언도 <이런 사랑>에서 말했듯, 양심과 마찬가지로 이기심 또한 “우리 본성의 일부”이자 “우리의 심장에 새겨져 있는 것이”다. 즉 “무엇을 다른 사람에게 주고 무엇을 우리 자신을 위해 갖고 있을 것인가, 이것이 우리 포유류들의 갈등”이며 “그 경계선을 밟은 채 다른 사람들을 저지하는 동시에 다른 사람들로부터 저지당하는 일이 우리가 도덕이라 부르는 것이다.” 그리고 소영은 꽤 비싼 값을 치루고 어른의 이 잔혹한 도덕률을 알게 된 셈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영화의 백미는 단연 마지막 시퀀스다. 갑작스럽게 내리는 비로 경황없는 하굣길, 우산을 준비하지 못한 영숙이 학교 현관에서 우두커니 서있지만 아무도 그녀에게 우산을 씌어주지 않는다. 소영도 영숙을 바라보다 지나칠 뿐, 영숙을 도우려는 이는 아무도 없다. 자신을 도와줄 이가 아무도 없다는 것을 안 영숙은 곧 비를 맞으며 총총히 뛰어간다. 그리고 이 쓸쓸한 모습을 하교 풍경 안에 섞어버리는 부감숏은 소영의 분노나 영숙의 고독을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삶의 풍경으로 치환한다. “비가 오는데… 아무도 나에게 도움을 주지 않”았다는 영숙의 어제는 오늘과 다르지 않다. 다른 것이 있다면 상처받았던 과거와 달리 이제는 그 상황을 현실로 감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영숙은 어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알게 될 거”라는 교감의 충고를 끝내 이해하지 못한 영숙은 여전히 성숙 중이다. 소영 뿐 아니라 세상 모든 이가 그러한 것처럼. (by mimi)

덧. <알게 될거야>(You will know, 김영제, 2007)는 24회 부산 아시아단편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언급상을, 9회 서울여성영화제 아시아단편경쟁에서는 최우수상과 관객상을, 2007 서울독립영화제에서는 코닥상을 받았습니다. 10월 31일까지 상상마당 홈페이지의 ‘서울독립영화제 2007수상작 온라인 상영회’를 이용하시면 무료로 관람하실 수 있어요.
(http://www.sangsangmadang.com/movie/onair/onair_special.asp)
물론 인디디비넷(www.indiedb.net)이나 Yes24 (www.yes24.com)에서 판매하는 ‘서울독립영화제 2007수상작’ DVD를 사서 보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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