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영화연대의 이번 이슈는 멕시코 시기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 감독입니다. 멕시코 시기는 부뉴엘의 스페인-미국-멕시코-프랑스로 이어지는 부뉴엘 감독 필모그래피의 (유럽) 중간 시기입니다. 비록 예정되지 않았지만, 이번 이슈가 부뉴엘 감독에 대한 전체적인 논의를 시작하는 첫 단계로 차후에 다시 부뉴엘의 다른 시기, 부뉴엘의 주요한 키워드를 살펴보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Poetry and Cinema」
루이스 부뉴엘(Luis Buñuel)
언젠가 옥타비오 파스(Octavio Paz)는 “쇠사슬에 묶인 사람이 세계를 폭발시키려면 눈을 감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의 말을 모방하여 나는 우주를 폭발시키기 위해서는 스크린의 하얀 막이 빛을 적절하게 반사하는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 그러나 우리에게 도달하는 영화의 빛은 조심스럽게 여과되고 측정된 것이기 때문에, 당분간 우리는 쉽게 잠들 수 있다. 어떤 전통 예술도 영화만큼 잠재력과 획득한 것 사이에 불균형이 크지는 않다. 영화는 관객에게 직접 작용하여, 구체적인 인물과 사물을 보여 준다. 조용하고 어두운 극장에서 영화는, 우리가 보통 정신적 거주지라고 부르는 것으로부터 관객을 고립시킨다. 이런 이유들 때문에, 영화는 다른 어떤 형태로 인간을 표현하는 것보다 효과적으로 사람을 자극할 수 있다. 영화는 또 무엇보다도 효과적으로 사람을 마비시킨다.
[...] 영화는 자유 정신에 맡겨진 훌륭하고 위험한 무기이다. 영화는 생각, 감정, 본능의 세계를 표현하는 최상의 매체이다. 영화 이미지들을 창조적으로 다루는 일의 기능 방법은 인간 표현의 모든 수단 중에서도 수면 시간의 정신 활동을 우선 연상시킨다. 영화는 꿈의 무의식적인 흉내내기이다. 브루니(Brunius)는 영화관에서 천천히 어두워지는 모습이 눈을 감는 행위와 어떻게 같아지는지 지적한다. 그리고 나서 스크린에서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무의식으로 밤의 여행을 시작한다. 화면이 차차 어두워지고 밝아지는 기법으로 꿈에서와 같이 이미지가 나타났다 사라진다. 시간과 공간도 얼마든지 변화 가능해서, 마음대로 줄었다 늘었다 한다. 연대순서와 시간 존속의 상대적 가치는 더 이상 현실을 따르지 않아서, 순환적 행동은 몇 분 또는 수세기 동안 계속될 수 있다. 천천히 움직였다가 가속도를 붙여 빨리 움직이는 변화는 각각의 효과를 높인다.
[...]지금까지 말한 것으로부터, 내가 전적으로 환상적이고 신비한 것을 표현하는데만 집중된 영화, 일상의 현실에서 도피하거나 현실을 경멸하며 우리를 꿈의 무의식 세계로 빠뜨리려고 열망하는 영화를 지지한다고 생각하지는 말기를 바란다. 앞에서 현대인간의 근본적 문제를 다루는 영화의 엄청난 중요성에 대해서 아주 간단히 이야기했는데,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할 것은, 나는 사람을 하나의 상황에서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 있어서도 고립되어 있는 존재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리드리히 엥겔스(Friedrich Engels)가 나를 대신해서 이야기할 것이다. “소설가가 진정한 사회적 관계를 정확하고 생생하게 묘사하여, 그 관계가 갖는 특성의 인습적 관점을 파괴하고, 부르주아 세계의 낙관주의를 타파하고, 독자들이 일반 질서의 영속성에 질문을 던지도록 만든다면, 비록 우리에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더라도, 설령 뚜렷하게 편들지 않더라도 훌륭히 자신의 과업을 수행한 것이다.” / 1953년, 멕시코 대학에서 [ * <루이 부뉴엘의 영화세계>(김태원 옮김, 현대미학사)에서 발췌한 내용입니다. ]
부뉴엘의 망명 : 스페인 내전(Guerra Civil Española)
스페인 감독인 루이스 부뉴엘이 스페인을 떠나게 된 중요한 계기는 스페인 내전(Guerra Civil Española)이다. 1936년 2월 총선 결과 사회당, 좌익 공화파, 공산당으로 구성된 인민전선이 473석 중 289석을 확보하여 토지개혁을 포함한 혁명적 정책들을 시행한다. 선거로 다시 집권한 인민전선의 아자냐는 몇 개월간 모든 수단을 동원하여 스페인 지배계급에게 인민전선 정부가 조금의 위협도 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시켰다. 그는 노동자들의 무장을 반대했으며 군대 내의 우익분자들이 반란을 준비하고 있다는 널리 퍼진 소문들을 무시하였고 장교들을 숙청해야 한다는 제안을 거부했다. 이에 지주·자본가들의 불만은 고조되었고, 마침내 1936년 7월 17일 스페인령 모로코에 머물고 있던 프랑코와 스페인 군부 세력이 반란을 일으키게 된다. 이 내전은 1939년 3월 28일 프랑코군의 마드리드 입성과 함께 우익 세력의 승리로 끝나며, 스페인은 37년간의 프랑코 독재로 이어진다.
스페인 내전에서의 우익 세력의 승리는, 좌익 세력 지식인과 예술가들의 (프랑스) 망명으로 이어진다. 루이스 부뉴엘 감독 또한 이 시기에 망명에 올라, 스페인-미국-멕시코-프랑스로 이어지는 필모그래피를 시작하게 된다.
멕시코 시기의 루이스 부뉴엘(1946~1964)
루이스 부뉴엘은 1946년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까(Federico Garcia Lorca)의 원작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 La casa de Bernarda Alba>을 영화화하고자 멕시코에 가게 되지만 이 문학의 영화화는 성사되지 못한다. 그러나 부뉴엘은 멕시코에 남아 영화 작업을 지속하길 결심하고, 그의 가족들과 함께 멕시코에 정착하게 된다. <베르나르다 알바의 집>의 영화가 좌절된 이후에도 멕시코에서 부뉴엘의 영화 작업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어 시도한 <Gran Casino 1946>도 좌절되고, 이어 제작한 <El gran calavera 1949>는 영화가 평범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이러한 좌절과 평가는 <잊혀진 사람들 Los Olvidados 1950>의 칸 영화제 수상으로 해소된다. 칸 영화제는 이 영화를 ‘오랜 침묵 끝에’ 나온 영화라고 소개하며 부뉴엘에게 최고감독상을 수여한다.
<잊혀진 사람들>은 부뉴엘이 시나리오를 비롯해 편집과 연출을 모두 맡은 작품으로, <잊혀진 사람들> 이전의 좌절과 실패는 이 영화에 기술적인 연출적인 면에서 부뉴엘을 단련시킨 것이 된다.(때문에 부뉴엘의 멕시코 시기를 실습apprenticeship에 비유되기도 한다.) <잊혀진 사람들>은 부뉴엘 개인의 영화 감독으로서의 국제 무대의 재기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멕시코 영화사에서도 중요한 변화점이 된다. <잊혀진 사람들> 이후 멕시코 영화계는 스튜디오 촬영을 벗어난 현지 촬영의 리얼리즘적 경향이 높아졌으며, 다국적 자본이 참여하여 제작하는 방식의 멕시코 영화 제작이 형성되었다.
리얼리즘이라는 형식적인 측면에서 <잊혀진 사람들>은 부뉴엘이 스페인에서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빵 없는 대지 Las Hurdes 1932>와 함께 묶을 수 있는 영화로서, 이 영화는 이후에 유네스코가 지정하는 세계 문화 유산으로 등재되기도 한다.
멕시코 영화 시기 전반적으로 부뉴엘은‘저예산’의 압박 속에서도 충실하게 양질의 영화를 21편을 만들어 나아갔는데, 이후 아르투로 립스테인(Arturo Ripstein)을 비롯한 멕시코의 젊은 영화 세대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흔히 감독 부뉴엘을 <안달루시아의 개 Un Chien Andalou 1929>를 대표로 기억한다면 그의 영화에서 찾게 되는 키워드는 초현실주의, 꿈, 욕망 등이 그를 대표하는 키워드가 된다. 하지만 부뉴엘은 ‘모호한’ 영화로만 자신을 이야기하지 않았는데, 그 대표적인 족적을 멕시코에서 남긴 것이다. 멕시코 시기에 만든 영화들은 정치적이며 리얼리즘적인 영화들로 부뉴엘의 필모그래피에서 예외적 또는 독특한 시기로 남아있다. 이로써 부뉴엘의 영화세계는 초현실주의, 꿈, 욕망 등의 키워드와 함께 계급, 부르주아, 맑시즘의 키워드를 명확하게 하였다.(물론 이 키워드들은 부뉴엘의 비리얼리즘적인 영화에도 존재하고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부뉴엘은 멕시코를 ‘제2의 조국’이라고 칭하는데, 멕시코 또한 멕시코 역사상 처음으로 ‘멕시코 국민 예술상’을 영화감독인 부뉴엘에게 수여하며 부뉴엘 감독의 멕시코 시기를 기념하고 있다.
[루이스 부뉴엘 관련 다큐멘터리] (프랑스 제작, 영문자막)
[루이스 부뉴엘의 대표적 말들]
"Poor workers! First they're cuckolded, and, as if that weren't enough, then they're beaten! Work's a curse, Saturno. I say to hell with the work you have to do to earn a living! That kind of work does us no honour; all it does is fill up the bellies of the pigs who exploit us. But the work you do because you like to do it, because you've heard the call, you've got a vocation - that's ennobling! We should all be able to work like that. Look at me, Saturno - I don't work. And I don't care if they hang me, I won't work! Yet I'm alive! I may live badly, but at least I don't have to work to do it!" - Luis Buñuel
"All my life I've been harassed by questions: Why is something this way and not another? How do you account for that? This rage to understand, to fill in the blanks, only makes life more banal. If we could only find the courage to leave our destiny to chance, to accept the fundamental mystery of our lives, then we might be closer to the sort of happiness that comes with innocence." - Luis Buñuel
"You have to begin to lose your memory, if only in bits and pieces, to realize that memory is what makes our lives. Life without memory is no life at all, just as an intelligence without the possibility of expression is not really an intelligence. Our memory is our coherence, our reason, our feeling, even our action. Without it, we are nothing." - Luis Buñuel
"The bar… is an exercise in solitude. Above all else, it must be quiet, dark, very comfortable - and, contrary to modern mores, no music of any kind, no matter how faint. In sum, there should be no more than a dozen tables, and a clientele that doesn't like to talk." - Luis Buñuel
"Salvador Dali seduced many ladies, particularly American ladies, but these seductions usually consisted of stripping them naked in his apartment, frying a couple of eggs, putting them on the woman's shoulders and, without a word, showing them the door." - Luis Buñuel
"I have already recounted how, at one time, some Surrealist friends and I considered taking over a cinema full of children and screening a very daring pornographic film, Soeur Vaseline. We didn't do it, because we were afraid of the police." - Luis Buñuel
"Fortunately, somewhere between chance and mystery lies imagination, the only thing that protects our freedom, despite the fact that people keep trying to reduce it or kill it off altogether." - Luis Buñuel
"If you were to ask me if I'd ever had the bad luck to miss my daily cocktail, I'd have to say that I doubt it; where certain things are concerned, I plan ahead." - Luis Buñuel
"If someone were to prove to me right this minute that God, in all his luminousness, exists, it wouldn't change a single aspect of my behaviour." - Luis Buñuel
"In the name of Hypocrites, doctors have invented the most exquisite form of torture ever known to man: survival." - Luis Buñuel
"Frankly, despite my horror of the press, I'd love to rise from the grave every ten years or so and go buy a few newspapers." - Luis Buñuel
"God and Country are an unbeatable team; they break all records for oppression and bloodshed." - Luis Buñuel
"Give me two hours a day of activity, and I'll take the other twenty-two in dreams." - Luis Buñuel
"Tobacco and alcohol, delicious fathers of abiding friendships and fertile reveries." - Luis Buñuel
"I can only wait for the final amnesia, the one that can erase an entire life." - Luis Buñuel
"A paranoiac. . . like a poet, is born, not made." - Luis Buñuel
"Thank God I'm an atheist." - Luis Buñue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