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에 대한 종합적인 평가 중에는 ‘영화가 게임을 의식하고 제작한 형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한편에는 기존의 SF영화가 큰 규모로 제작되었으며 여기에 3D상영 정도가 가미된 것 정도인데 그리고 이미 3D상영은 있었던 ‘과거’인데 무슨 호들갑이냐는 의연한 태도도 존재하지만, 실제로 확인한 <아바타>가 그렇게 의연하게 처리할 정도의 SF영화로 간주하는 태도에는 반대이다.

<아바타>와 같은 사태(?)가 발생했을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사실 이 영화의 이야기가 무난한 것이며, 일부분 웨스턴 장르의 SF버전이며 미국의 제국주의와 식민주의에 대한 간사함이 묻어있는 결과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이로써 <아바타>의 비범함을 일견 인정하지만, 영화계는 의연함을 유지해야한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의연한 반복을 언제까지 유효하게 할 수 있을까?

사실 고전적인 영화의 형태가 어떻게든 어떤 형태든 바뀔 것이다라는 예상은 누구나 하고 있었지만, 영화에 환호하는 방식과 영화를 지지하는 관객 대상 자체가 크게 변화를 이루며, 이 변화의 과정에서 영화가 어떻다 저렇다 말하는 자체가 무기력해지는 풍경은 불안하긴 했지만 대비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짐작컨대 예전의 영화에 관한 글이 어떤 형태든, 영화를 봤거나 볼려고 하거나 영화를 알지만 안 보는 관객을 머리 한 켠에 염두하고 글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아바타>류의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머리 한 켠에 영화에 대해서 생각하는 잠재적 관객만을 염두한다면 <아바타>에 대한 글을 이어나가는 필자 자신 스스로 무기력해지는 사실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아바타>류의 영화를 말할때는 이제, 원하지 않아도 머리 한 켠에는 온라인 게임을 하다가 아이폰 스킨을 만들고, 웹스토어를 검색하며, 지속가능한 오덕질 속에서 3D상영의 ‘진보’에 대한 기대와 CG렌더링의 ‘진보’에 대한 기대 속에서, 잠시 게임을 멈추고 극장을 찾는 SF Nerd을 염두할 수밖에 없다. 그럼 과연 SF Nerd를 감당할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는 필자 중에 완숙한 사람이 누가있을까. <아바타>를 보면서 영화매니아가 단순히 이렇다 저렇다 말할 처지에서 차츰 진심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느낌은 단순한 개인적 불안인지 궁금하다. 그렇다고 방학을 맞이하여 어떤 영화 중의 하나로서 <아바타>를 찾은 학생 관객이나, 여러 개봉작 중 인기있는 SF영화로서 <아바타>를 선택한 관객에게 영화에 관한 ‘글’이 접속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는 것은 이미 오래된 판단아닌가.

비유해 보건데 SF Nerd를 상대하는 것은 주성치 영화팬을 상대하는 것과는 또 다른 차원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주성치 영화팬들은 주성치 영화 세계에 있는 매혹을 좋아하고, 영화에 관한 글(평론 등)이 주성치 영화를 좋게 보든 나쁘게 보든 천하게 보든 상관안하고 주성치 영화 세계 밖과는 평행선을 달린다. 주성치 영화의 팬들은 지적으로나 평론적으로 주성치 영화를 옹호하지도 않으며 대신 간섭받지 않겠다는 ‘포괄적 협정’을 만든 것에 비해, SF Nerd가 지지하거나 환호하는 <아바타>에 대한 입장은 훨씬 (잠재적으로) 공세적이다. <아바타> 관람을 나와 영화가 지닌 세계관이나 우주론에 관심을 갖는 것은 소박한 수준이다. SF Nerd의 심급은 영화를 넘어 다시 현실 세계에서 생명이나 우주관, 이론상 가능한 일인지 확률상 가능한 일인지에 대한 분석, (주로 유전학에 바탕한) 생명과 인간 주체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진다. 이 질문들이 행해지고 조사를 행하는 속도 또한 광범위하고 빠르게 진행되는데, 영화의 인문학적 평론가들이 극장을 나와 현실세계에 대한 현실적 질문 그리고 인간 내면이나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질문과 그 답을 통한 영화에 대한 적정성 평가와 유사하다. 얼핏 예상해도 이 유사성과 각자가 처한 토대의 차이가 유치한 수준이든 보다 덜 유치한 수준이든 과학주의 대對 인문주의의 소모적 투쟁으로 이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안전한 내러티브 vs 많은 빈도의 피드백

인문학 쪽 진영에 있는 소박한 평론가는 <아바타>를 통해 인간이 갖은 인간주의 오만함에 대한 영화의 메시지나 판도라 행성을 정복하려는 지구인을 통해, 현실세계의 아마존 원시림 파괴나 소수인종말살에 대한 현실 지구 문제를 연상해 주길 바라는 소망을 갖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SF Nerd의 많은 사람들은 <아바타>를 보러 오기 전에 집에서 즐기던 게임에서 이미 반인간주의에 대한 태도를 충분히 갖고 극장으로 발길을 옮긴다.
가령, 블리자드에서 출시한 <스타크래프트>를 이야기할 때, 이 게임을 심화하여 이해하고 게임의 세계관을 이해하려는 게임유저는 각 종족의 다양성에 몰입되어 있다. 어느날 PC방에서 나오는 두 청소년 <스타크래프트> 유저가 나눈 대화가 인상적인데, 테란 유저가 “저그는 징그럽다”고 하자 저그 유저가 “저그 입장에서 테란은 혐오스럽게 보일지 모른다”라는 식의 대화, 저그의 귀여움(!)에 대한 이어지는 찬사는 굳이 <아바타>가 판도라 행성의 외계인을 파란색이었을 때 느끼는 태도가 아닌 것이다. (아마 부모님과 함께 극장을 찾은 학생 <아바타>관객의 많은 수가 ‘다시’ 집에 가서 게임을 하거나 부모님과의 스케줄을 마감하고 ‘다시’ PC방에서 게임을 했으리라.)

<아바타>에 관한 인터넷의 글 중에는 이 영화가 내러티브 면에서는 안전하고 무난하게 구성되었다고 한 문단 정도씩은 설명을 하고 있다. 그런데 극장을 함께 간 나의 친구 아무개 엔지니어는 이야기가 무난하다는 말을 '<아바타> 영화가 많은 빈도의 피드백‘을 걸쳐 만들어진 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을 한다. 같은 사안이 다른 방식으로 드러난 표현의 차이일 수도 있겠으나 확대해서 상상해보니, “안전한 내러티브...”류의 말을 엔지니어의 감수성으로 받아드린다면 “피드백을 많이 해서 당연한 것인데, 뭘 그리 다시 내러티브가 안전하닥고 하는지...”라고 해석하지는 않을까라는 상상이 들었다.

다시 <아바타>가 ‘영화가 게임을 의식하고 제작한 형태’라는 지배적 평가로 돌아와 생각해 보면, 여러 영화를 보다가 <아바타>를 보는 사람들이 느낄 영화가 게임을 ‘의식’한다는 것과 게임을 하다 극장을 찾아 <아바타>를 보는 사람들이 당연시 할 게임을 ‘의식’하는 것 사이의 맥락 차이와 감수성의 차이를 <아바타>는 전면적으로 불러일으켰다. 한편으로는 하나의 영화로서 의연하게 받아드리거나 한편으로는 제임스 카메론의 기술적 진보의 성과를 받아쓰기하는데 많은 에너지를 할애할텐데, 이 둘을 화해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방식이 <아바타>를 이야기하는데 의미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이 둘다 석연치 않으며 둘다 결과적으로는 환대받지 못할 방식이라는 것에 불안감이 남는다. <아바타>가 불러일으킨 이 상황, 누구에게 물어봐야 좋을까.(mam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