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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사회)의 대표적인 콤플렉스 중 하나는 불완전(불안정)한 가족으로 인한 개인의 트라우마에 대한 문제다. 완벽한 가족 구성에 대한 강박증은 매번 유실된 가족 혹은 고아에게 폭력을 표출시키고 경제적 짐을 지운다. 그래서 불완전하고 불안정한 가족 구성원은 매번 정신적 상처를 가지고 살아간다. 영화 <똥파리>는, 불완전-완전 혹은 불안정-안정 이라는 갈등으로 한국(영화)의 콤플렉스를 말하지 않는다. 오히려 등장인물 간의 유사성 속에서 펼쳐진 진실이 구멍뚫려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차단되고, 숨겨진 진실은 등장인물에게 필요이상의 갈등으로 진척시키지 않고 동시에 복수심을 유발시키지 않는다. 그러한 <똥파리>의 유연한 태도는 상투적이거나 고질적인 강박증으로 영화를 귀결시키지 않는다는 점에서 무섭고도 희망적이다.

보는 것과 보지 못하는 것

<똥파리>의 주인공 상훈(양익준)은 일찍이 “보고야 만” 것이 있다. 어렸을 적 아버지(여동생에 대한)의 살인과 그로 인한 어머니의 죽음, 그것은 용역깡패가 될 수밖에 없었던 원초적 원인 중 하나로 설정된다. 그의 천박한 욕설과 무자비한 폭력성은 아비로부터 대물림된, 의식적이든 아니든 선택된 기질이다. 이러한 상훈의 기질은 고등학생 연희(김꽃비)와 사촌동생 형인으로 인해 제압당한다. 상훈에게 연희와 형인은 자신의 실체를 숨겨야 할 대상인 동시에 보호해야 할 대상이다. 특히 상훈이 형인에게 유사아버지로서의 역할을 하거나, 자신의 아버지를 때리는 장면을 들킨 후(혹은 형인이 "보고야만 후") 용서를 구하는 이유는 의식적으로 자신의 기질을 숨기려는 마지막 책임감일지도 모르겠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시선은 상훈과 형인의 관계보다 복잡한 것이 있다. 상훈과 연희, 그리고 상훈과 영재(이환) 그리고 연희와 영재의 시선이다. 이들이 주고 받는 시선은 영화에서 관객만이 인지하는 ‘진실’과 밀접하게 맞닿아 있다. 그러나 이들의 시선은 끝내 감추어진 진실로만 그려진다. 상훈이 보지 못한 일방적인 연희의 시선에는 자신의 어머니가 운영하던 포차가 용역깡패들로 인해 무너지는 장면이 담긴다. 여기서 연희모는 운명하지만, 연희는 용역깡패들 중 상훈이 있었다는 사실만큼은 알지 못한다(관객만이 알 수 있다). 여기서 물론 상훈은 자신이 숱하게 벌인 깡패짓 가운데 연희 모에 대한 폭력이 가해졌다는 사실만큼은 역시 알지 못한다.

상훈과 영재의 관계는 처음 만남에서부터 상훈에게 분노하는 영재의 시선으로 일관된다. 영재는 상훈에게 자신에게 감추어진 유사 폭력성을 인지하면서도 무자비한 상훈의 일거수일투족에 분개한다. 역시 상훈은 영재로부터 끊임없이 시선을 받아내고, 영재는 분개한 시선을 쏟아 붓는다.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이 해야 할 깡패짓이지만 영재가 자신의 어머니가 그러한 폭력으로 죽음을 맞이했다는 것을 의식하고 있는지는 영화상으로 알 수 없다. 오히려 영재는 무자비하고 독한 깡패 상훈을 통해 자신을 발견함으로써 폭력으로 응징할 수밖에 없는지 모른다. 상훈이 영재의 손에 죽어갈 때 영재의 폭력적 행위는 이미 상훈과 동일시된 인간인 줄은 직시하지 못하는 것이다.

위에서 한국영화의 대표적인 콤플렉스로 가족문제로 인한 개인의 트라우마를 언급했는데,상훈과 연희의 캐릭터가 (나이와 성별을 떠나서) 극명하게 갈리는 이유는 개인의 트라우마가 어떻게 자리잡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상훈은 어렸을 적 어머니를 때리고 여동생을 죽이는 아버지의 폭력을 똑바로 보았다. 그리고 아버지가 재혼을 하고 의붓누나(여동생의 대체)가 생겼지만 결코 받아들이지 못한다. 그러나 트라우마가 생기지 않도록 의붓 누나의 아들(형인)에게는 유사 아버지로서의 역할을 다하려고 한다. 상훈은 한국사회에 피상적으로 도사리고 있는 전형적인 아비 폭력-트라우마를 지닌 남성 중 하나이다. 그런데 연희의 경우, 상훈과 아주 비슷한 사연을 가진 가족이었지만, 직접적인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머니를 잃은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의 죽음 후 정신나가버린 아버지를 보살피는 역할을 하는 연희에게 적어도 아버지에 대한 트라우마는 많지 않아 보인다. 빈곤층의 전형적인 갈등(경제적 문제로 인한)이 파열하게 되는 미세한 차이는 상훈과 연희라는 캐릭터의 조합으로 일말의 ‘이해’를 가능하게 한다.

이 영화에는 주고받는 시선이 별로 없다. 거의 일방적인 시선만이 ‘관계’를 만든다. “행위자-관찰자”에서 관찰자가 행위자가 되는 인물은 상훈과 영재다. 이들의 시선과 행위는 우리가 그토록 찜찜해 하는 ‘불편한 진실’로 다가가게 하고, 차단된 진실로 굳어지게 만든다.

차단된 진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똥파리>의 무서운 진실은 완벽한 조합이기를 포기한다. 연희가 알지 못하는 상훈의 행위는 결국 자신의 동생 영재가 행하는 동일한 폭력 행위를 쳐다보는 것으로 대체된다. 그리고 죽어버린 상훈밖에 알지 못하는 상훈의 살인범 영재는 그의 역할을 대신한다. 이 영화에서 등장하는 모든 불완전한 가족 구성원 중 하나인 만식, 연희, 현서, 형인은 상훈의 죽음으로 인해 그들이 꿈꿨던 행복한 가족을 대체하는 커뮤니티관계를 만든다. 죽어버린 상훈이 남긴 유산인 것이다. 그러나 엔딩 장면에서 영재를 바라보는 연희의 시선과, 그녀를 발견한 영재의 시선에는 아직 행복을 말하기에는, 희망을 말하기에는 조급한 과제가 남아있다. 정말 연희는 영재를 통해서 무엇을 느끼게 된 것일까. 영화는 관찰자로서의 역할만 남긴 채 진실의 투명성에 대해 보채지 않는다. 무시무시한 목격자로 남은 <똥파리>, 등장인물은 막장 인생을 살았지만 적어도 관객에게는 의미있는 관찰력을 쥐어준다. by 김다현(vovovd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