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1969- )
작품: <악어><야생동물보호구역><파란 대문>
안녕하시죠? 강의를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이번에는 '김기덕 감독'입니다. 전 처음 <악어>라는 작품이 나왔을 때 서울예대에
계시는 김기덕 교수님인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젊은 분이 시더군요. 특별히 김기덕
감독의 작품을 좋아 하지 않지만 챙겨서 봅니다. 조연급 배우들의 연기를 본다거나
나름대로의 색깔을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그리고 야한(?)장면이 가끔 나온다는 점도....어쨌든
완벽보다는 다져간다는 표현이 어울릴 것 같은 김기덕 감독을 알아보겠습니다.
"쓰레기더미를 헤치면 향기가 난다."
김기덕 영화를 이해하는 열쇠를 감독 자신은 이런 말로 대신한다. 파리에서 혼자
미술공부를 한 뒤 영진공 시나리오 공모를 통해 시나리오 작가를 시작한 그는 96년
저예산영화 <악어>로 데뷔한다. <악어>는 주류질서 바깥으로 밀려난
밑바닥 삶을 다룬 독특한 드라마. 자살자들이 한강다리에 쓴 낙서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악어>는 자살자들의 시체를 숨겨두었다가 유족에게 팔아 넘기는 용패라는
인물을 그리고 있다. 정상적인 사회에 편입될 가능성이 전혀 없는, 비뚤어진 인간
용패는 한강 밑바닥 다리에 자신의 보금자리를 만든다. 투박하지만 이쁜 그림이 있는
작품이다. 두번째 영화 <야생동물 보호구역>(1997)에서 용패는 청해라는 이름을
얻지만 별반 다르지 않는 인물이다. 화가가 되겠다고 파리에 온 청해는 관광객에게
사기치는 일로 연명하며 어딜 가도 환영받지 못한다. 자신을 믿는 순진한 친구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배신하던 그는 파리의 뒷골목에서 죽음을 맞는다. 김기덕 영화의
밉살스런 주인공은 관조적인 스타일로 이루어진 <파란대문>에도 등장한다.창녀와
여대생이라는 상반된 삶을 살아가는 두 여자가 교감하는 순간을 담은 이 영화는 전작들과
달리 희망적인 결말을 맺는다.
김기덕 영화의 특징은 밑바닥 삶에 대한 연민과 동정 대신 유대감을 느끼게 만든다는
점,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할 주인공으로부터 마음 깊은 곳에 숨어 있는 순수함을
끌어내는 것이다. 시체 같은 여자를 강간하거나 슬픔에 겨워 눈물 흘리는 여인 앞에서
자위를 하는 등 분명 논란의 소지가 될 만한 거칠고 파괴적인 행동규범이 등장한다.
또다른 특징은 미술적 감각이 발휘된 미장센을 통해 드러난다.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오가는 비범한 이미지는 그의 영화에 반드시 등장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다. 이야기꾼의
재능과 회화적 표현법에 강점을 지닌 그는, 그러나 세련된 영화언어를 구사하는 감독은
아니다.
그는 젊은 스타일리스트라 불리고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을 받으며 저예산 영화로
스타 시스템을 비웃고 다닌다. 확실히 자신의 자리는 지키고 있다. 파란대문에서
보여줬던 성장해 가는 그의 모습에 차기작이 기대된다.
2월이 거의 다 지나가는군요. 전 이제 집을 떠나 학교로 갑니다. 아..지겨운 자취 생활이 시작되는군요. 그럼 씨네21의 영화감독사전을 참고했다는 것을 말씀드리면서 안녕히계세요~~~~(303)
<김기덕 보충자료>
김기덕 감독의 인터뷰 내용이 있어서 올립니다.
http://cm.dongailbo.co.kr/movieline/people/korea/97/gkim/gkim.htm
김기덕 감독에 대한 몇 가지 묘사. 군복을 연상시키는 바지, 한여름에도 야전 점퍼를 입고 다니며 짧게 깎은 머리 위에는 늘 모자가 얹혀있다. 아이처럼 웃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너무나 진지한 얼굴로 심각한 이야기를 하고 흥분을 참지 못하고 얼굴색이 변하기도 한다. 그와 [악어], [야생동물 보호구역]에서 함께 작업한 배우 조재현의 김기덕 감독에 대한 표현. "처음 만났을 때는 무척 순수한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는데 자꾸 이야기해 보니 순수하기보다 이상한 사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일면 특이한 느낌이 드는 순수한 사람. 한마디로 이상한 사람이다." 당신은 회화를 공부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영화는 어떠한 인연으로 시작하게 되었는가?
영화를 하게 된 뚜렷한 계기는 없다. 다만 3년전 시나리오 [무단횡단]이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 공모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영화를 시작하였으며 작년에 [악어]로 데뷔하였다. 영화를 시작한 지는 3년째 된 셈이다.
그래도 그림을 그리던 당신이 영화를 하게 된 이유가 있을 것이 아닌가?
영화든 그림이든 세상에 결핍된 상상과 희망을 표현한다는 점. 바로 그것이 이유다. 영화는 연속된 그림이라고 할 수 있고 그림은 다시 그릴 것이다. 하지만 현재는 영화가 내게 가장 절실하고 비중이 큰 일이다. 나는 늘 시나리오와 영화에 대한 고민을 하며 지낸다.
당신이 좋아하는 감독이나 영화는 무엇인가?
에밀 쿠스트리차의 [언더그라운드]와 안드레이 줄랍스키의 [차마카]를 인상깊게 보았다. [언더그라운드]는 상상력을 높이 살 수 있고 [차마카]는 인간의 심리를 잔혹하게 표현하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당신은 영화를 많이 보는 영화광에 속하는가?
천만에, 아니다. 나는 영화를 많이 보질 못했다.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영화들, 페데리코 펠리니의 영화나 지금까지 만들어진 수많은 한국영화를 거의 보지 않았다. 영화를 보기 시작한 것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3년 전부터이다.
[악어]는 충무로 자본이 아닌 개인 자본으로 찍은 저예산 영화다. 그 당시 겪은 고충을 이야기 해달라.
[악어]는 총 3억 정도의 제작비가 든 영화다. 촬영기사를 제외한 모든 스탭들이 처음 영화를 접한 사람들이었다. 조명 등 여러 분야에 전문인력을 고용하고 싶었으나 제작비에 맞추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덕분에 나는 제작비 문제를 제외한 그 어떤 문제에도 간섭을 받지 않고 작업할 수 있었다.
최근 완성한 [야생동물 보호구역]은 [악어]에 비해 편한 여건에서 작업했는가?
결코 아니다. 이 영화는 총 7억 정도의 돈이 든 영화다. 프랑스에서 올로케이션한 이 작품은 한달 간 촬영하였다. 촬영팀은 쉬는 날 거의 없이 연일 촬영을 하였으며, 제작비 문제로 삭제된 부분도 몇몇 있다. 연출에 관해서는 간섭을 받지 않고 자유로운 상황이었으나 제작비 문제는 여전히 나를 괴롭혔다. 너무 쫓기면서 찍어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해외에서 촬영된 영화가 7억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다면 무척 알뜰하게 제작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참고로 합리적인 제작방식으로 제작비 절감에 뛰어난 수완을 보이는 박철수 감독의 영화 [산부인과]가 7억 정도의 제작비가 들었으며 이것은 한국영화의 평균 제작비를 휠씬 밑도는 액수다.)
영화 제목이 독특하다.
제목에 관해 많은 사람들에게 질문을 받았다. 야생동물은 치열한 삶을 살아가는 불법체류자들을 말한다. 영화의 무대인 파리는 이런 불법체류자들이 합법적이든 암묵적이든 보호받는 지역이다. 영화의 제목은 이러한 것을 의미한다. 나는 파리에서는 살지 않았지만 마르세이유나 리옹 등의 남프랑스에서 영화의 주인공과 비슷한 생활을 하였다. 노숙도 많이 하였고 불법거주자들과 많은 이야기를 했다. 그렇다고 청해처럼 사기꾼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웃음).
영화 전반에 걸쳐 많은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모두 사연을 가지고 있는 인물들인데 그들의 상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여 공감을 얻기 어렵다.
중심인물인 청해와 홍산을 제외하고 로라, 꼬린느, 에릭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나는 영화에 열 가지 이상의 에피소드를 넣고자 한다. 보통 영화가 네 다섯 가지의 에피소드를 자세히 묘사하여 이야기를 끌고가는 반면에 나는 여러 가지 이야기를 담으려 한다. 보통 감독이라면 [야생동물..]의 시나리오로 두 편의 영화를 만들 것이다. 이것은 이전 작품 [악어]도 마찬가지였다. 내 영화를 본 많은 사람들이 '김기덕은 할 말이 많은 감독이다'라고 이야기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상황이 생략되어 관객들이 혼란을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난 섬세하고 매끄러운 영화는 만들고 싶지 않다. 그런 영화는 재미없고 너무 흔하다. 하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분명히 있다. 청해와 홍산의 갈등이 이 영화의 가장 중요한 이야기다.
당신은 자작 시나리오로 영화를 찍는 감독이다.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를 연출하는 감독이 드문 최근 상황에 비추어보아 큰 의미가 있다.
나는 시나리오작가 출신이다. 현재 [무단횡단], [악어], [야생동물] 등 세 편의 시나리오만 발표되었지만 그 외에도 여러 편의 시나리오를 준비중이다. 파파라치를 소재로한 시나리오가 완성되었고, [권총,] [남대문 경찰서], [도끼], [실제상황] 등은 시놉시스가 완성되었다. 언제든지 영화화가 가능하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내 작품을 내가 영화화하면 작가와의 의견충돌이란 있을 수 없다. 보다 나의 의견이 영화에 뚜렷하게 반영될 수 있다.
정말 당신은 할 이야기가 너무 많은 것 같다. 그 많은 시나리오의 영감은 어디에서 얻는가?
나는 걷는 것을 좋아한다. 많이 보고 듣는 것이 시나리오의 소재가 된다. 나는 세상의 이면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 내가 본 것들의 이면은 어떠할까? 내가 만난 사람의 이면에는 어떠한 것이 있을까? 이런 상상을 거듭한다.
조재현을 제외한 배우들의 고르지 않은 연기가 아쉬웠다
조재현을 제외한 장동직과 장륜은 거의 신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 연기가 다소 미흡한 점이 눈에 띄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연기 자세는 국내 그 어떤 배우보다 훌륭하다. 스타로 군림하고 있는 몇몇 배우들이 프로답지 못한 자세로 영화에 임하는 것에 비교하면 그들의 연기자로서의 자세는 칭찬할 만하다. 특히 로라를 연기한 장륜의 성실한 연기에 나는 늘 고마움을 느꼈다.
당신은 늘 독특한 복장 (군복이 연상되는)을 고집하는 걸로 알고 있다.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나는 사는 것이 전쟁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늘 군사지역을 활보하는 느낌으로 산다.
그럼 한시도 긴장을 늦추지 않고 생활한단 말인가?
그렇다. 언제 무슨 일이 일어 날지 아무도 모른다. 나는 돌발적인, 예를 들어 전쟁 같은 예기치 않은 상황에 늘 대비한다. 그래서 한 여름에도 야전점퍼를 가지고 다니고 모자도 꼭 쓴다. 내 옷에는 주머니가 많다. 필요한 것을 담기 위해서다. 우산이 없지만 당장 비가 와도 걱정이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