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아버지가 하신 말씀 중에 쉽게 이해되지 않았던 말이 있다. 그 말은 '공공연한 비밀/부조리'라는 말이다. 지금에서야 주변에서 묵시적 부조리를 많이 보는 터이니, 당연히 이해가 되지만 어린 시절에는 쉽게 되지 않았다.

지금 보면 우리는 이러한 '공공연한' 비밀과 부조리를 하루에도 여러 번 부딪힌다. 때론 느끼지도 못하는 그러한 경우가 있을 정도로 말이다. 그리고 TV를 본다는 것에는 어떨까? 아마 여기에도 이러한 경우는 적용될 것이다.

얼마 전부터 은근히 인기를 끌기 시작한 TV 프로그램의 하나가 퀴즈 프로그램인 것 같다. (주관적인 생각이니, 인기없는 프로그램이라 생각하시는 분들께서는 이해하시라.) 이런 프로그램이 처음에는 MBC에서만 하는 것 같더니, 타 방송사에서도 유사한 프로그램을 하는 것 같다. 우선, 타 프로그램은 필자가 정확히 본 적이 없어 이야기에서 제쳐두고, MBC의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보다보니 평소에도 알고 있었으나 무관심했던 부분이 문득 생각나게 만들었다.

그 내용인 즉, 이 프로그램의 진행 중, 참가자가 답이 막히면 사용할 수 있는 힌트 방법 중의하나인 'ARS 전화 투표'이다. 텔레비전 좌측 상단에 올라가는 전화투표 수를 보며 거의 대부분의 방송사가 이용하고 있는 700-ARS 서비스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방송국에서 개설한 시청자의 참여/응모 방법은 기술의 발달에 따라 변해 왔다. 예전에는 이른바 '관제 엽서'를 통한 방법이 있었고, 이어 전화, PC 통신, 인터넷, 700-ARS 등 다양한 방법들로 시청자의 참여/응모의 창구를 열어 놓고 있다.

이러한 소통 구조의 다각화는 참여를 희망하는 시청자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되었으며, 방송사 역시 갈수록 빠르게 변모하는 방송 문화에 현재의 분위기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는 순기능적 역할을 해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소통 구조의 다각화가 방송사와 시청자의 커뮤니케이션이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만을 갖는 것이 아니라는 데에 있다. 이곳에도 어김없이(!) 경제의 원리가 불연 듯 스며들어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의 대표적인 것이 바로 700-ARS 전화라 필자는 생각하다. 700-ARS 전화는 모두가 알고 있다시피 전화를 하게 되면, 통화비 외에 별도 책정된 요금이 부과되는 전화 체계이다. 그런데 방송사의 시청자 참여에 반드시 이런 700-ARS 전화 체계가 필요할까?

필자가 느끼기엔 <사랑의 리퀘스트>처럼 직관적으로 이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를 제외한다면 모두가 필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가 이러한 생각을 갖게 한 <생방송 퀴즈가 좋다>를 살펴봐도 전화 투표에 이러한 700-ARS 전화 시스템이 쓰일 이유는 찾아보기 힘들다. 여기에 전화를 하면 추첨하여 '푸짐한' 상품을 준다고 하나, 모르긴 몰라도 그래도 남는 장사가 될 것이다. 기타 다른 프로그램에서 투표와 같은 참여에 있어서도 이러한 방식은 그대로 적용된다. 그 외에도 여러 다른 프로그램에서 끝날 무렵 나오는 어처구니없는 퀴즈로 전화를 유도하기도 한다.

필자는 이러한 700-ARS 전화 시스템이 방송국 자체의 운영인지, 아님 이 역시 별도 서비스 업체에 하청을 통한 운영인지는 알 수가 없지만 '공영성'을 강조하는 방송국(또는 방송국을 통해)  이런 운영을 한다는 것은 석연치 않은 부분이 틀림없다.

시청자를 바보로 아나? 광고는 광고대로 보고, 이젠 수화기까지 들어 돈을 내게 하다니...(mam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