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자.jpg

영화가 게시하는 폭력은 대체적으로 안정적인 미래를 예정하고 있다. 달리 말해 폭력이 진행되는 동안 누군가가 그 폭력의 희생물이 될 지를 짐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래에 대한 확실성이 영화 속 폭력을 현실 속 폭력과 다르게 취급할 수 있도록 용인한다.

예컨대, <인정사정 볼 것 없다>의 마지막 격투 씬은 신선하고 멋지긴 하지만 별 긴장감이 없는데, 왜냐하면 우 형사(박중훈)가 마징가 제트처럼 처음엔 ‘열나 깨지지만’ 결국 승리하리라는 것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실제로 눈앞에서 살인마와 형사가 격투를 벌인다면 어떨까? 누가 이길 지 그 누구도 쉽게 예상할 수 없을 것이다. 둘이 박중세라면 예상할 수 없는 것을 바라보는 우리는 ‘불안’하기 짝이 없다. 어쩌면 당연스레 형사가 살인마를 이길 것이라고 예상되는 상황에서 전세가 역전된다면, 그 불안은 ‘공포’로 바뀐다.

<추격자>의 백미는 바로 관객에게 그 현실적인 ‘공포’를 안겨준다는 점이다. 전반부를 통틀어 압도적인 카리스마로 영민(하정우)을 제압했던 중호(김윤석)지만, 마지막 격투씬에서 더듬거리며 허공에 망치를 날리게 된다. 체력적으로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러나 그 ‘헛 망치질’이야말로 관객에게 전이되면서 중호의 공포(“죽을 수도 있다!!”)가 생생한 리얼리티를 획득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