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영화에 대한 정보를 아는 것이 그 영화를 더 잘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화들이 있다.

이를테면 장 뤽 고다르의 <미치광이 삐에로>

이 영화가 비스콘티의 <센소>를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게 되면 영화가 예전과는 다르게 보인다.

또는, 하워드 혹스의 <리오 브라보>가 프레드 진네만의 <하이눈>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다는 것을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다르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그래서 영화를 잘 이해하는 방법 중 하나는 다양한 영화를 최대한 많이 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얼마 전에 개봉한 두 편의 영화

<아임 낫 데어>와 <인크레더블 헐크>는 이런 내 의지를 다운 시키고 말았다.


먼저 <아임 낫 데어>

밥 딜런의 (포스트모던 한) 전기 영화라고 해서

나는 밥 딜런 노래도 찾아 듣고

영화 보기 하루 전날 마틴 스콜세지의 <밥 딜런 : 노 디렉션 홈>도 (영어 자막으로) 봤다.

'이 정도면 됐겠지' 하고 다음 날 <아임 낫 데어>를 봤다.

그리고 살짝 절망했다.

분명히 저 장면은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인 것 같은데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도저히 모르겠는거다.

저기 괜히 의미심장하게 자리 잡고 있는 인물은 무슨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

나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전혀 알 수가 없는거다.

<밥 딜런 : 노 디렉션 홈>의 다큐 footage를 사용한 장면은 겨우 조금 알 것 같았지만

그래도 영화 보는 내내 계속 답답했다.

한 번 더 본다고 해서 내가 알 수 있는 영화가 아닌 거다.

그리고는 씨네21의 정성일 선생님 글을 읽었는데,

맙소사. (물론 살짝 과장이 있으신 분이니까, 믿거나 말거나 겠지만) 이 영화의 모든 장면은 기존 영상을 참고한 장면이란다.

약이 올랐다.

나보고 어쩌라고. 나는 나이도 어리고 밥 딜런 잘 알지도 못하는데, 뭐 어쩌라고.

이 영화 좋다는 사람들이 다 싫은 거다. 그냥 막.

 

그리고 <인크레더블 헐크>

일단 재밌게 봤다.

마침 그 전날 이안의 <헐크>도 찾아 봤기 때문에

'이안은 이랬는데, 마블은 이렇게 했구나' 하면서 재밌게 잘 봤다.

그리고는 평소 잘 가는 블로그를 갔는데 (zambony.egloos.com)

맙소사.

또 이런 정보가 있었을 줄이야.

에드워드 노튼이 학교로 갈 때 피자 한 판에 통과시켜 준 맘씨 좋은 경비 아저씨가 드라마판 헐크를 연기했던 아저씨라니.

(그래서 그렇게 흐뭇한 미소로 God bless you 라고 했구나)

리브 타일러의 새 남자친구도 나중에는 괴물로 변한다니.

에드워드 노튼을 도와준 박사도 나중에는 괴물로 변한다니.

주스 먹고 쓰러지는 사람이 헐크 원작자라니.

아이언맨은 나중에 헐크를 제압하기 위한 슈트를 따로 만들기까지 한다니.


이런 것들은 내가 마블 코믹스에 정통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는 정보들인거다.

다시 한 번. 나보고 어쩌라고.

이런 정보를 훤히 꿰뚫고 있는 사람들은 <인크레더블 헐크>를 보면서 나보다 몇 배는 더 즐거워 했을 것이다.

아 샘 나.


이러면 진짜 좀 불공평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단정은 지을 수 없지만

갈수록, 영화 외적인 정보를 모르면 영화를 봐도 본 것 같지가 않아진다.

또는 그런 류의 영화가 많아진다.

내가 아무리 영화를 열심히 봐도, 딜런 팬 만큼 <아임 낫 데어>를 잘 알 수 없으며

내가 아무리 영화를 열심히 봐도, 코믹스 팬 만큼 <인크레더블 헐크>를 잘 알 수가 없어지는 것이다.

(이건 앞으로 줄줄히 개봉할 코믹스 원작 영화 모두에 해당된다  ㅠㅠ )

나 정말 열심히 영화 보려고 하는데

아.. 정말 어쩌라고.

 

+ 하지만 정작 나는 <섹스 앤 더 시티> 재미 없다는 사람들에게

 '그건 니가 드라마를 안 봐서 그런거야' 라고 시크하게 말했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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