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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티드>를 보게 된 것은 그 화려한 예고편 덕분이다. 폭스(안젤리나 졸리Angelina Jolie)가 웨슬리(제임스 맥어보이James McAvoy)를 빨간 스포츠카에 순식간에 태우는 장면과 공을 던지듯 총을 쏘는 장면은 충분히 관객을 극장으로 끌어들일 만큼 매혹적이고 창조적인 액션이었다. 매년 수없이 많은 액션 영화들이 쏟아지지만 그 중 정말 새롭다고 느껴지는 액션씬이 보이는 경우는 정말 드물다. 특히 헐리우드 액션의 경우 그러한데, 아무래도 총, 대포, 폭탄과 같은 화기 중심의 액션이라 창조적인 액션을 구상할 여지가 부족하다. 이에 비하면 홍콩 액션의 경우가 비교적 창조적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성룡 영화가 즐거운 것은 우리가 도구의 인간임을 절실하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왠만해서 총을 사용하지 않는 그에게는 모든 것이 무기가 되었고, 그런 상황 하에서 재기발랄한 액션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하지만 <원티드>는 진부한 총과 자동차를 가지고도 우리에게 새로운 액션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총알이 휘어져 나간다는 설정은 매우 단순하고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눈앞에서 휘어져 날아가는 총알을 보는 순간 그 단순함과 비현실성은 사라져 버리고 경이로운 신선함만이 남는다. 그러나 만약 영화가 단순히 이 말도 안되는 총알을 보여주기만 했다면 되려 신선함은 사라지고 허무맹랑하고 유치한 액션만이 남게 된다. <원티드>는 이 총알을 매력적으로 만들기 위해 더 많은 것들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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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상치 않은 궤적을 그리는 총알은 그것이 날아가는 아름다운 곡선만큼이나 아름답다. 세세히 조각된 저 아름다운 총알을 보라. 파리의 날개만 골라 정확히 맞히고, 고깃덩어리를 피해 과녁에 명중하고, 지하철과 빌딩숲을 넘어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섬세한 총알은 새겨진 무늬마저도 섬세하고 아름답다. 그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총알은 가장 복잡하고 어려운 궤적을 그리며 날아가는 웨슬리의 아버지가 쏘는 (그리고 똑같이 웨슬리가 쏘게 되는) 총알이다. 예쁜 총알만으로는 아직 부족하다. 여기에 스타일이 더해져야 한다. 심심하게 단순히 방아쇠를 당겨서는 안된다. 총을 던지듯 하면서 방아쇠를 당겨야만 총알은 장애물을 피해 휘어져 날아간다. 엄밀히 총알의 가능한 회전 방향을 생각해보면 이런다고 휘어질 총알이 아니다. 그래서 이건 기술이 아니라 스타일이다. 단지 더 멋지기 때문에 총을 휘두르는 것이고, 총알은 단지 더 멋지기 때문에 휘어져 날아간다. 그리고 그래도 되는 것은 충분히 멋지기 때문이다.

물론 예쁘고 멋있다고 해서 모든게 다 용서가 안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위해 영화는 또 다른 총알의 존재 이유를 준비한다. 휘어지는 총알은 마지막 장면에서 지금까지 어떤 총알도 해내지 못한 특수한 역할을 해낸다. 운명의 방직기에서 모든 결사단원들의 이름이 나왔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순간(결사단의 역할은 운명의 방직기가 제시하는 인물들을 죽이는 것이기에 그 인물들을 반드시 죽여야만 한다.), 결사단은 딜레마에 빠진다. 목표를 향해 어떤 장애물도 피해가며 곡선을 그리며 날아가던 그들의 총알도 자신의 운명 앞에서는 머뭇거린다. 이는 결사단다운 모습이 아니다. 결사단에게 운명은 개척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만 하는 것이다. 그러나 결사단은 스스로가 운명의 희생자인 동시에 실행자이기도 하기에 이러한 운명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는 것이 쉽지 않다. 그들의 운명에는 의지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죽음은 그들이 원하는(want) 것이 아닌 신이 원하는(wanted) 것이다. 휘어지는 총알은 이 상황에서 해법을 제시한다. 결사단원들이 커다란 원형으로 마주 서서 자신들의 운명 앞에서 머뭇거리고 있을 때, 폭스(안젤리나 졸리)는 옆의 서 있는 단원을 향해 총을 쏜다. 그녀의 총알은 커다란 원형을 그리면서 원형으로 서 있던 단원들을 차례로 관통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시 제자리로 돌아와 폭스의 머리를 관통한다. 이로써 슬로안(모건 프리만Morgan Freeman)과 웨슬리를 제외한 모든 결사단원들은 외부에 운명을 맡기게 된다. 물론 폭스의 경우는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고도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죽는 순간 총은 이미 그녀의 손을 떠나 웨슬리에게로 갔다는 점은 생각하자. 슬로언의 운명 역시 이 총알로 인해 결정된다. 따라서 결사단의 총알은 운명의 탄환이 된다.

단지 멋진 것이든 아니면 운명적인 것이든 간에 여전히 이 총알에는 해소되지 않은 부분이 남는다. 어떤 총알도 죽어야만 하는 웨슬리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웨슬리를 어떻게 설명해야할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운명에 대항해 승리한 의지의 현현으로 봐야할지, 생존게임 최후의 승자이자 결사단 최후의 배신자로 봐야할지. 그것도 아니라면 그로부터 운명의 변방에서 운명에 불만을 품은 루저의 승리를 읽어야 할지 말이다. 설명으로썬 부족하겠지만, 운명에 불만을 품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나에게 <원티드>는 그래도 괜찮은 백일몽이었다. 한번쯤은 액션 히어로가 되는 것과 통장 잔고를 믿고 매일 같이 괴롭히는 상사 앞에서 복수하는 것 그리고 바람난 애인 앞에서 안젤리나 졸리와 키스하는 것, 이 모두는 유치하지만 언제나 통쾌한 환상들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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