엽위신 감독님의 영화는 <살파랑> 이후 두 번째다.

<살파랑>을 아주 재미있게 봤었다.

물론 견자단의 액션이 아주 멋지기도 했지만

그 전에 뭔가 '크으' 소리가 절로 나오게 하는 장면들이 있었다.

형사들이 바닷가에서 그냥 서 있는 장면은

그냥 멋있었다.

나에게도 같은 카메라와 스텝들,  배우들 주고 찍어라 그러면 똑같은 장면을 찍을 수 있겠지만

그런 분위기는 왠지 못 낼 것 같은, 그런 멋이 있었다.

"살파랑 격투 장면"이라 해서 인터넷에도 많이 돌아다니는

홍콩 밤 골목에서 견자단이랑 오경이랑 싸우는 장면도,

액션 합도 멋지지만

그 골목을 감싸고 있는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다.

견자단과 홍금보가 싸우는 장면의 그 말도 안되는 박력도 멋지지만

건물 창밖으로 보이는 홍콩 야경 같은 건(특히 마지막 홍금보 장면!) 그냥 찍는다고 나오는 분위기가 아닌 게 확실하다.


<도화선>도 비슷한 인상을 받았다.

이번 영화에서는 제작에 아예 견자단이 참여해서

정말 기가 막힌 액션 장면들을 보여준다.

견자단과 예성이 치고 받는 액션의 합이랑 다양한 무술 종류도 대단하지만

액션으로 들어가기 직전에 주고 받는 찰나의 두 사람의 눈빛이라든지

견자단의 미친 몸푸는 액션(본 사람은 뭔지 안다)

고천락의 '어쩌라고' 눈빛,

풀밭에서의 부감 같은 건

감독만이 잡아낼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좋았던 장면은

영화 중반에 나오는 카체이스 장면이었는데

그 장면을 볼 때는 그냥 표현이 아니라 정말 가슴이 두근두근 했다.

살짝 오버를 하자면(어쩌면 오버가 아닐 수도) 그 장면에서는 마이클 만의 어떤 장면을 볼 때와 비슷한 감흥을 받았었다.


영화 본 사람들은 견자단이 제작에 참여하면서 살짝 분위기가 이상해졌다고 하고

(그러니까 <살파랑>의 분위기와는 조금 달라졌다고 하고)

나도 어느 정도는 동의하지만

그래도 아직 실망하긴 이르지 않을까.

감독은 영화의 시간적 배경을 1997년으로 잡았다.

그냥 2008년이라고 놓고 봐도 아무런 문제가 없는 영화를

굳이 홍콩반환이 가까운 1997년으로 시대배경을 잡아서

중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베트남인들과 언더커버로 싸우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영화에 담았다.

악당은 죽어라고 홍콩을 뜨려하고

형사들은 죽어라고 붙잡으려 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들 죽고죽이면서 비참하게(이 비참함이 너무 과해서 결국 18세미만 관람불가) 싸운다.

나에게는 이런 비참함이 결국 혼자 죽을 수 없다 라는 영화적 무의식으로 보였는데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계속해서 혼자 죽을 수 없는 상황들을 만들어간다.

의리 때문에, 사랑 때문에, 복수 때문에, 형제애 때문에, 효심 때문에,

하여튼 영화 속 주인공들은 결국 혼자 죽을 수 없다.

왜냐하면 홍콩반환이 얼마 남지 않은 1997년이기 때문에.

(그렇다면 왜 이 이야기를 2008년에 만들었냐하면 그건 더 생각해봐야겠지)


견자단이 미친듯이 날뛰는 영화에서

어떻게든 영화의 이런 분위기를 만든 엽위신 감독이 참 대단하다고 생각하고

그런 점에서 다음 영화가 더 기대된다(엽위신+견자단, 이렇게 해서 영화 몇 편 더 나오지 않을까).


+ 고천락이 점점 더 좋아지기 시작한다. 언제 한국 한 번 안 오시려나

++ <무간도> 이후 언더커버가 소재로 나오는 홍콩 영화가 많아지고 있는 듯. 아닌가 원래 많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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