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인디아나존스4> 를 보면서 문득

인디는 참 외로운 영웅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비단 4편 뿐만이 아니라 그 전의 시리즈들을 생각해 볼 때도

인디의 적들은 대부분 나찌든 소련이든 군인이라는 형태를 갖춘 국가 권력들이었다.

근데, 인디는 항상 개인적으로 싸운다.

그 중에서도 4편이 좀 더 심하다고 느껴지는 건

인디는 그 와중에 FBI의 빨갱이사냥까지 피해다녀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의 의심을 받으면서 구소련과의 보물찾기 경쟁에서 이겨야 한다는 건데

보다보면 인디가 좀 불쌍하게 느껴진다.



2. 앞의 맥락과 관련해서 조금 더 흥미로운 것은

너무나 직접적으로 등장하는 핵폭발의 이미지이다.

소련 군인들에게서 도망쳐나와 숨는 곳은 하필 핵폭탄 시험을 위한 모델하우스인데

모델하우스를 보면 거의 팝아트적인 느낌이 들도록 공간을 꾸며놓았다.

그런데 도대체 어느 나라 군대가 핵폭탄 모델 하우스를 이렇게 예쁘게 꾸며놓는단 말인가.

(인디가 숨는 냉장고에는 음식이 가득 채워져 있기까지 하다!)

그러나 핵폭탄은 떨어지고

홈스위트홈의 이미지를 과장되게 재현하고 있는 모델하우스는 순식간에 재가 되어 날아가버리고

인디는 거대한 버섯구름 앞에 그야말로 망연자실하게 서 있다.

소련 빨갱이를 피해서 온 곳이 미군의 핵폭탄 실험지역이라니.

심지어 떨어지는 핵폭탄에는 "I like ike" 낙서가 돼있다.

("나는 공산당이 싫어요"란 대사로 센스있게 의역해 놓았더라)

이걸 그냥 스필버그의 짓궃은 정치적 유머로 넘겨도 되는 걸까.



3. 핵폭탄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인디는 영화에서 종종 멍해지는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설명 불가능한 장면들을 보며 할 말을 잃는 것인데

크리스탈 해골을 볼 때나, 하늘로 날아가는 ufo를 볼때나, 개미떼들을 볼 때나 하여튼 십분에 한 번씩 멍해진다.

그런데 영화에서 인디가 가장 멍했던 순간은 결국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에서 카메라는 인디의 얼굴 조차 보여주지 않는는데 (또는 볼 엄두를 못 낸다)

버섯 구름과 불꽃이 프레임을 가득 채우고 있는동안 인디는 그림자의 형태로만 존재한다.

인디를 보기보다는 핵폭발을 보라는 것인데,

크리스탈 해골보다, 외계인의 ufo보다 더 압도적인 그 어떤 실재.

어쩌면 <인디아나 존스 4>가 <뮌헨>보다 더 급진적이 되는 순간이라 할 수도 있겠다.


4. 결국 적과 인디의 가장 큰 차이는

압도적인 지식 앞에서 멈출 줄 아느냐, 즉 거대한 욕망을 중지할 수 있느냐 이다.

악당과 인디를 비교해서 생각해보자.

인디는 핵폭탄의 위력 앞에서 할 말을 잃지만

악당은 핵폭탄 보다 더 무서운 무기를 만들려고 한다.

인디는 외계인이 나타났을 때, 바로 도망가야 된다는 것을 알지만

악당은 '모든 것을 다 알고 싶다' 라고 하다가 너무 많은 지식으로 인해 불타버린다.

(이를테면 'The woman who knew too much' 인 셈이다.

히치콕 감독님이 수차례 언급하셨듯이 너무 많이 알면 죽거나 다친다.)


5. 인디가 드디어 가족을 만들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의 그 당황스러울 정도의 해피 포스는 감당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으며

가장이라서 그런가, 인디가 대학 교수직에 집착 한다는 느낌을 받기도 했고

멋진 액션은 그의 아들인 샤이아 라보프가 해내고 있으며

누구에게도 뺏기지 않았던 모자를 아들에게 거의 뺏길뻔 하기도 했다.

게다가 영화에서 인디는 먼저 아내와 함께 프레임 밖으로 나가버리고

샤이아 라보프가 가장 늦게까지 영화에 남아 있다.

조금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가족을 만들었다기 보다는 이미 만들어져있던 가족 구성원을 다시 불러 모았다고 하는 게 맞을텐데

이 때는 이미 인디가 홈스윗홈이 잿더미가 되는 걸 본 이후이다.


6. 결국 영화를 보고 나서 남는 가장 큰 궁금증은

왜 외계인은 지구에 남아 있지 않을까, 이다.

그렇게 친절하게 지구인의 신 노릇을 하면서 땅바닥에 그림도 그리고 물 쓰는 법도 가르쳐 주고 하더니

친구 머리가 되돌아오니까, 그냥 자기네 우주로 날아가버린다.

도대체 왜.

자기네 동지들을 잡아다 해부하고 비디오 찍고 시체는 창고에다 던져두는 모습에 정이 떨어져서 그런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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