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두 번째 사랑
처음 제목을 봤을 때는 좀 유치하단 생각이 들었다.
제목에 '사랑' 이 들어간 영화는 흥행에 실패했는데..
왜 하필 두 번째 사랑일까, 사랑에 번호를 매길 수 있나?
그런데 자세히 보니 비디오 다이어리를 만든 김진아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녀의 첫 번째 개봉영화라면!!! 하는 기대로 영화를 볼 수 있었다.
뉴욕의 한 부부, 앤드류(데이비드 맥기니스)는 한국인, 그의 부인인 소피(베라 파미가)는 파란 눈의 금발 머리... 소피의 외모는 가장 미국적이었지만, 그녀의 행동은 너무나 한국적이었다. 그러면서 가장 멀어지는 것은 자기 자신이었다. 그녀는 보수적인 한국인들 속에 섞여 자기 자신이 되지 못하고 자기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른다.
차이나타운에 섞여 사는 갈색 눈 김지하(하정우)
그는 여자친구를 미국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 힘겨운 노동으로 아침, 저녁으로 돈을 버는 노동자...
어느 날, 지하에게 소피는 우연히 찾아와 거래를 한다. 이런 걸 빅딜이라고 하던가...
한 번의 섹스에 300불, 임신을 하면 현금으로 3만불
임신을 해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에 놓인 소피와 여자친구를 미국으로 데리고 오기 위해서 돈이 필요한 지하
소피와 지하는 서로에게 필요한 것을 한 마디로 말하고, 대답 한 마디 없이 필요를 충족한다.
불임으로 지친 그녀에게, 미국에서의 생활이 주변인으로 겉도는 그에게 아기만 생긴다면, 그와 그녀의 간극이 가까워질까? 부모님의 큰 기대와, 외국 생활에서 남 부러울 것 없을 듯한 사회적인 지위의 앤드류
검은 옷을 입고, 교회에 가고, 군계일학이라는 말이 생각날 정도로 한국인들 속에 전혀 다른 금발을 가진 소피,
소피는 기도하는 중에 두 눈을 말뚱말뚱하며 다른 사람들이 기도하는 것을 본다.
소피의 남편, 앤드류 자신도 이방인으로 살았다.
아이를 갖는다는 소원만 이뤄진다면 서로의 삶에서 이방인으로 살았던 그들은 이방에서 벗어났을까?
그의 아기가 생겼다면 그는 그 자리를 고향으로 느꼈을까? 소피는 자신의 삶에 주도권을 찾았을까?
조용한 시집살이를 겪으면서 어느 날 앤드류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하는 소피.
그는 그녀에게 기도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렇게 앉아서 가슴 앞에 두 손을 모으고.. 자기가 원하는 걸 그냥 말하면 된다구. 그리고 말하면 된다고.
그는 지겨운 자기 삶의 시간과 공간에서 진심 없이, 자기의 진짜 원하는 것 없이 참아내는 방법을.
반면, 지하는 자기가 소원을 비는 장소로 소피를 데리고 간다.
뜬금 없이 지하는 소피에게 묻는다.
자신이 기도하려는 게 정말 원하는 거냐고.
소피가 뭘 원하는지, 어떤 걸 좋아하는지.
지하는 어떤 게 진심이고, 그 진심을 어떻게 전달하고 표현하는지를 알았다. 조금씩 그의 방은 달라진다.
복숭아가 놓여지고, 침대 시트도. 그녀의 위시가 뭔지 알려고 노력하는 사람, 위시가 뭔지 자세히 들으려고 애쓰는 사람, 그게 바로 사랑하는 사람들의 배려 아닐까?
어떻게 기도해야 하는지 방법을 모르는 여자,
자기의 욕구가 무엇인지 몰라 소원을 어떻게 빌어야 하는지 난감해 하는 여자, 그러던 여자가 하느님께 울부짖어 외친다.
"오~ 신이시여, 제발 아이만은 살려주세요."
그 말에 남편도 주저 앉는다.
그녀가 그토록 원했던 기도인데, 참으로 처절하고 생생하게 들렸다.
서로는 가장 가까이 있어도, 가장 멀리 느껴지는 외로운 존재들.
어떻게 그 많은 시간 동안 남편은 부인의 마음에 대해 방관하고,
부인은 남편의 요구에 맞춰 다른 사람의 마음부터 배려하려 했던가.
이 영화를 보면서 섹스라는 건 낯선 사람이라도 친밀한 관계를 만들고, 마음의 끈처럼 연결될 수 있을 듯했다.
마치 자궁 안의 엄마와 아기의 탯줄처럼.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처음에 지하는 "무슨 여자 눈이 이렇게 파래." 하지만 그녀의 파란 눈동자 색은 한국의 바다색 같았다.
하루 하루가 고달픈 그들, 너무 너무 외로운 영화 속 주인공들을 보면서, 예전에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정혁님이 표현한 "비루한 일상에 희망을 주는 일탈,서로의 결핍을 메워주는 따뜻한 겹침"이 생각났다.
가장 필요한 것을 들어주고 서로의 희망을 채워주며 사랑으로 변하지 않았을까? 첫 번째 사랑을 저버리면서까지 자신이 원하는 걸 완성하는 용기가 부러워졌다. 나는 그 사람에게 그 사람은 나에게 인생의 이방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사람들
물고기가 다시 바다로 이방인이 다시 고향으로
서로의 삶에서 이방인이 되어버렸던 그, 그녀는 서로에게 고향을 찾아준다. 바닷물에 떠밀려온 물고기들을 다시 바다로 보내주듯, 그녀의 사파이어빛 눈 속 바다 속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