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 폰 트리어의 영화들을 보면서 들었던 느낌 중 가장 대표적인 것 하나. 내용면에서나 카메라 기법면에서나 관객의 감정을 고조시키기 위한 기법들이 너무 많다는 것. 당연한 이야기지만 결과적으로 너무 감정적인 영화가 되어버린다.

"도그빌"은 이전 영화들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비슷한 것은 관객을 영화에 적극적으로 끌어 들이려고 한다는 것이고,

다른 것은 관객의 감성이 아닌 이성, 비판력에 호소한다는 점이다.

연극같은 무대, 해설자의 존재, 선으로 구성된 무대장치 등을 보고 있으면, 브레히트의 연극이론을 생각하게 한다. 관객들이 허구를 보고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알려 주어서, 극에 대한 거리를 두게 하고, 그래서 감성이 아닌 이성이 움직일 수 있게 하는 점.

그러나 "도그빌"이 브레히트의 서사극과 다르게 관객에게 다가 올 이유는, "도그빌"은 연극이 아니라 영화이며, 영화이기때문에 가능한 여러가지 카메라 기법을 사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서 말하는 카메라 기법은 클로즈 업 등 매우 기본적이며 필수적인 것을 의미한다.

영화의 관객들은, 영화가 특정 배우를 클로즈 업이나 실제보다 크게 보이는 샷으로 촬영했을 경우, 매우 가까운 거리에서 배우들을 관찰하는 느낌을 갖는다. "도그빌"은 이런 가까운 샷을 많이 사용함으로써 관객과 배우, 특히 여주인공인 그레이스(니콜 키드맨 분)의 거리를 최소화한다.

관객이 영화에 몰입하게 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그레이스가 무엇인가에 쫓겨 왔으며 도그빌에 머물 것을 구걸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편안한 자리에 앉아서 큰 화면으로 도그빌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관찰하는 관객은, 존재의 불안감을 느끼는 그레이스보다는 변함없는 일상을 사는, 그리고 그 일상에서 약간의 변화를 체험하게 되는 도그빌 주민의 입장에 자신을 동일화하게 된다.

이 영화의 독특한 힘은, '거리두기'와 '동일화'라는 두가지 전략을 매우 집중적으로, 그리고 동시에 진행한다는 점이다. 영화는 관객을 영화 속으로 한껏 끌어들이다가 9번의 휴식을 비롯한 여러 '낯설게 하기' 기법을 통해서 영화와 관객 사이에 거리를 만들어 내고, 이를 통해 스크린을 통해서 본 것과 볼 것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할 공간을 만들어 낸다.

이를 통해서 "도그빌"은 관객을 강제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가치관이 갖고 있는 허상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걸작이 되었다.(goomd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