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흥행 1위를 차지했으며,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식스 센스 The Sixth Sense’는 강렬하고도 감동적인 영화이다. 특히 관객들의 상상을 초월하는 마지막 반전은 이 영화의 재미와 묘미와 감동을 배가시켜 주고 있다. 관객들은 ‘식스 센스’라는 제목 때문에 이 영화가 어떤 위기에 대한 욕감이나, 초자연적 현상에 대한 예감에 이야기일 것이라고 추측하기 쉽다. 그러나 이 영화의 주제는 전혀 다른데 있다. 관객들이 그 모든 것을 깨닫는 것은 마지막 반전이 제시되고 영화가 다 끝난 후, 잠시 정신을 가다듬으면서이다.

‘식스 센스식스 센스’를 관통하는 가장 중요한 주제는 ‘상호간의 불신’과 ‘커뮤니케이션의 부재 내지 단절’이다. 과연 이 영화의 대사에는 “내 말을 믿나요?(Do you believe me?)"와 교류(communication)"라는 말이 끊임없이 반복된다. 예컨대 어린이 치료 전문 정신과 의사인 주인공 맬컴 박사(브루스 윌리스)사가 진료를 맡은 소년 콜(H.조엘 오스먼트)은 유령이 자신에게 나타난다는 말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는 것에 절망하고 극도의 고립과 공포에 빠져든다. 그래서 그는 끊임없이 ”내 말을 믿나요?“라고 질문한다. 또 영화의 마지막에 콜은 그 동안 의사소통이 단절되었던 어머니에게 마음을 터놓고 진정으로 ‘교류’하자고 제안한다. ‘교류’라는 말이 갖는 특이한 의미 때문에 어머니는 처음에 콜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콜이 어머니에게 자기 눈에는 유령이 보인다는 비밀을 털어 놓으며 이해를 구하자, 그녀는 드디어 아들의 말을 믿게 된다.

콜은 또 자신의 정신과 의사인 맬컴 박사에게 “사람들은 때로 자기가 죽었다는 것도 모르지요. 그들은 다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데, 이는 타자를 이해하려 하지 않고 오직 자기가 보고 싶은 사람들, 즉 타인과의 교류가 단절된 현대인들은 사실 어떤 의미에서는 이미 죽은 자들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 영화에서는 죽은 자와 산 자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다. 타자와의 교류를 갈망하는 혼령은 마치 살아 있는 사람처럼 나타나고, 교류를 상실한 채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유령처럼 등장한다. 왜 유령들이 자기에게 나타나는가를 묻는 콜에게 맬컴 박사는 ”유령들이 어쩌면 너에게 할 말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가르쳐 준다. 그래서 콜은 유령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기 시작하게 되며, 더 이상 유령들을 무서워하지 않게 된다. 이는 곧 우리가 타자를 이해하려고만 한다면 심지어 다른 차원에 살고 있는 존재들과도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인간은 이 단순하면서도 중요한 진리를 쉽게 깨닫지 못한다. 이 영화에서 교류의 단절은 심지어 가장 가까워야 할 모자관계 그리고 부부사이에서도 일어난다. 그리고 이러한 교류의 단절은 결국 가정의 해체와 세상의 종말을 초래하게 된다는데 그 심각성이 있다.

그래서 이 영화의 분위기는 시종일관 세기말적 우울함과 암울함으로 흠뻑 젖어 있다. 매 장면마다 배어 나오는 처절한 고독과 고립은, 화면을 가득 채우는 스산한 가을 풍경 속에 소리 없이 스며들어 “교류의 단절”이라는 이 영화의 주제를 완벽하게 뒷받침 해주고 있다.

이 영화의 백미는 물론 마지막의 반전이다. 영화가 끝난 후에야 관객들은 비로소 맬컴 박사가 살아 있는 사람이 아니라, 다만 소년 콜에게 나타나는 유령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놀라게 된다. 사실 맬컴 박사 자신도 죽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가 영화의 마지막에 비로소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영화의 초반부에 맬컴 박사는 필라델피아 사장으로부터 정신질환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치료해 준 공로로 표창을 받는다.

그는 아내에게 자꾸만 그 표창장의 틀이 비싼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곧 그가 받은 표창장이 진짜 중요한 내용은 상실한 형식적인 치장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진짜 중요한 내용’은 물론 그가 그 동안 실패해 왔던 ‘타인에 대한 진정한 이해와 사랑과 교류’일 것이다. 그리고 이는 이 영화의 배경이 ‘형제애’를 뜻하는 ‘필라델피아’인 것과도 연결된다.

우리는 오늘날 형제애를 잃어버린 채 타자에 대한 불신과 고립과 두려움 속에서 살아 가고 있다. “식스 센스”는 우우리가 유령이나 괴물이라고 두려워하는 존재들이 사실은 우리에게 뭔가를 말하려 하고 우리와 교류하려 한다는 사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의 말을 경청 하기만 한다면 그들은 우리에게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해 주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영화이다. 이 영화에서 ‘유령’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두려워하는‘타인’을 상징하며, 그 타인에는 외지인, 외국인 범위를 확장하여 외계인 등 우리와 다른 모든 것들이 포함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영화는 작위적으로 예술성을 부각시키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는 유럽식 예술영화보다 더 중후하고 예술적이다. 오래 전 흥행에 성공했던 “사랑과 영혼”은 사실 멜로드라마일 뿐, 거기에 어떤 심각한 메시지나 무거운 주제는 없었다. 그러나 “식스 센스”는 비슷한 소재의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차원 높은 예술성과 작품성을 성취해 내고 있다.

우리는 요즘 작품의 모든 가능성이 고갈되어서, 이제는 정말이지 기존의 작품들을 패러디하는 것밖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말도 한다. 그러나 이 영화는 아직도 인간의 창의력은 고갈되지 않았으며, 노력만 하면 얼마든지 참신하고 새로운 소재를 창조해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다.

 

“식스 센스”가 타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단절 문제를 다룬 고급 서스펜스 심리영화라면,“디 아더스”는 타자와의 공존 문제를 다룬 수준 높은 서스펜스 공포영화이다.

제목부터 타자를 의미하는 ‘디 아더스’라고 붙인 이 영화는 타자에 대한 편견과 타자와의 공존 같은 절박한 문제들을 설득력 있게 제시함으로써 아직도 정치적, 종교적, 이념적, 지리적 분쟁으로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는 인간들에게 일침을 가하는 한편, 공포영화도 얼마든지 훌륭한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디 아더스”는 우선 공포영화사상 처음으로 유령의 시각에서 사람을 보려고 했으며, 유령에게도 살아 있는 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 다는 점, 또 유령도 사람을 두려워한다는 점 등의 설정으로 통해 공포영화사에 기념비적인 한 획을 그었다. 이 영화는 또한 유령들 역시 사람들을 자신들의 영역에 침입하는 침입자로 생각한다는 설정을 통해, 유령에 대한 통상적인 생각과 편견, 두려움이 사실은 근거 없는 편견일 수도 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디 아더스”를 단순한 공포영화가 아닌 훌륭한 【문화텍스트】로 볼 수 있는 이유는, 이 영화에 등장하는 유령들이 우리가 보는 타자들, 즉 서양이 보는 동양, 백인이 보는 유색인, 또는 기독교가 보는 이단 종교의 은유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이 영화의 핵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집’으로 표상되는 이 세상은 여러 인종과 민족들과 종파들이 공유하고 공존해야하는 장소이다. 그럼에도 인간들은 정치적, 종교적, 인종적 이유로 서로 편을 가르고 타자들을 ‘디 아더스’라 부르며 두려워하고 증오하고 있다.

“디 아더스”는 인종과 신앙과 민족으로 편을 가른 다음 서로를 배척하고 두려워하며 살고 있는 우리 인간들을 부끄럽게 만드는 영화이며, 그런 의니에서 그 어떤 문학작품에 못지 않은 강렬한 교훈과 깨달음을 주는 격조 높은 【영상텍스트】라고 할 수 있다.

마지막의 관객들을 놀라게 한 반전을 통해 이 영화가 가져다 주는 깨우침은 그래서 더욱 값진 것으로 다가온다.

이 영화에서도 유령을 보는 것은 순진한 아이들이고, 편견에 차있는 어른들은 결코 진실을 보지 못한다. 과연 아아이들의 아버지는 선과 악으로(도대체 무엇이 선인지 악인지 알 수 없지만 전쟁은 항상 흑백논리를 전제로 하기 마련이다)나뉘어 서로를 죽이는 전쟁터에서 나간 후 돌아오지 않고 있는 존재로, 그리고 어머니 그레이스 역시 성경 말씀을 이용해 아이들을 억압하는 경직되고 싸늘한 기독교인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가족을 위험에서 구해 줄 신부는 영화 내내 나타나지 않고, 어머니는 신부를 찾으러 가다가 안개 속에서 길을 잃는다.

이러한 상황 설정은 이제는 정치도, 종교도, 그리고 어른들도 그 힘을 상실했음을 시사해 주고 있다. 그래서 유령들은 그레이스에게 “이제는 서로 같이 사는 법을 배워야만 합니다.”라고 말한다. 과연 지구라는 행성에서 인간은 서로를 증오하고 죽이는 일을 그만두고 이제라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만 한다. 그것이 이 영화가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교훈이다. “디 아더스”는 인종적 편견, 문화적 편견, 종교적 편견, 그리고 정치적 편견에 사로잡혀 서로를 미워하고 배제하고 있는 인간들에 대한 강력한 문화비판서이다. (newcho19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