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세의 크리스마스>가 원작인 영화 싱글즈는 원작의 제목대로 29살 청춘들의 일상적인 삶을 보여주는 영화이다.
나난의 일인칭 나레이션으로 이끌어지는 영화는 튼실한 원작에, 너무 솔직해 공감가는 대사들, 확고한 캐릭터-정준을 제외하고-들로 인해 마치 한국의 섹스 & 시티 혹은 프렌즈를 보는 기분을 들게 한다. 그만큼 일상에 치이고, 몇번이나 때려치려 하면서도 결국 카드값 걱정때문에 사표를 집어넣고 술 한 잔으로 속상함을 달래는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가장 많이 닮은 영화이고, 그래서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만이다. 어리숙하지만 귀여운 캐릭터인 주인공 나난은 미국 드라마 <앨리 맥빌>의 주인공 앨리를 그대로 가져왔으며-심지어 그녀가 하는 상상까지도- 실직한 동미의 창업이 너무 쉽게 - 앞뒤 설명없이, 이해할 수 없을 만큼 - 이뤄지는 것, 정준이 왜 사랑때문에 힘들어하는지에 대한 설명과 동미와 나난이 왜 정준의 여자친구를 만나는지에 대한 설명도 부족하다.
특히 나난이 매우 사랑스러운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느껴지지 않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을 크게 반감시키는 요인이다. 분명 푼수같고, 소심하며, 이상한 상상을 즐겨하고, 덜렁거리지만 그래서 사랑스러운 앨리 맥빌의 캐릭터를 그대로 따왔음에도 불구하고, 나난은 그렇게 사랑스럽지도, 매력적이지도 않다. 오히려 동미의 캐릭터가 더 매력적인데, 그것은 동미가 가진 강인함때문이다. 아이를 가졌다고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 할 수는 없다고 말하는 그녀의 당당함과 그래도 아이를 나아 키울거라는 강인함은 "우리 나이에 목돈 마련하는 방법은 결혼 밖에 없다." 고 말하던 그녀의 정확한 현실 인식과 맞물려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사람의 태도와 가치관을 정확하게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영화를 보고 나오면서 기대보다 실망이 컸지만, 동미의 그 당당함, 돈도 없고, 백도 없고, 그렇다할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것만 그래도 내 아이니까 내가 나아 내가 기를 것이라는 자신감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