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날 개미가 커다란 바다를 만나 난감해했다...
그러나 그걸 멀리서 사람이 본다면?? 비웃겠지??
사람의 눈에는 그건 그저 사람발자국이 낸 물앞에 있다는걸 모르는 조그만 개미한마리일뿐 일테니까...

이번엔 사람이 커다란 바다를 만나 어쩔줄 몰라한다...
그러나 그걸 멀리서 신이 본다면?? 역시 비웃겠지??
신의 눈에는 그건 그저 자신이 조그만 지구본속에 갖혀 있다는 걸 모르는 작기만한 사람일뿐 일테니까...

여기 영화를 보는 세가지 방법이 있다... 그 세가지란 영화를 개미처럼 보는 방법, 사람처럼 보는 방법, 신처럼 보는 법이다... 이건 그저 나만의 생각이니 딴지걸지 마시길 바란다... 그건 예를 들자면 이런것이다... 첫번째, 개미처럼 보는 방법.. 영화는 그저 영화일뿐 우리들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보는 것이다... 이런 영화보기는 킬링타임용 영화보기에 가장 적합할 것이다... 두번째, 사람처럼 보는 방법.. 영화를 우리네 삶속에 이입시켜서 "맞아.. 그럴수도 있겠다" 손뼉치며 우리를 영화속 주인공처럼 느껴며 영화를 보는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두번째가 가장 바람직한 영화보기라고 생각한다... 마지막 세번째 신처럼 영화보기는 영화속 조그만 세계를 자신만의 돋보기로 커다랗게 확대시켜본다든지, 영화를 그냥 허구적인 이야기로만 이해하는데 만족하지 못하고 역사속의 커다란 신화처럼 부풀려 생각해본다든지 하는 것이다.. 사실 이 방법은 과도한 의미확대해석이 되어놔서 자칫하면 정신건강에 해로울 수 있는 방법되겠다... 그런데 요즘의 난 마치 신이라도 된 것처럼 영화보는 재미에 푹 빠져있다...

이를테면 "헐크"속의 주인공을 미국이라는 나라로 가정하는 것이다... 미국이라는 나라를 평범한 사람이 감마선을 심하게 쐬어서 자신의 화를 컨트롤 못하고 난동을 피우는 주인공으로 가정해보자... 그러면 지금의 미국이 빈라덴 한사람 숨었다고 해서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을 전투기로 공습해 쑥대밭을 만들고 석유가 탐난다고 해서 이라크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미사일을 쏴버린다든지의 난동을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그 이해란 말은 영화 속에서로 제한된것이다... 감마선을 심하게 쐬었다는 가정을 두니깐 이젠 미국이 측은하게 보이기도 한다... 사실 이안감독이 처음 "헐크"를 찍는다고 했을때 이해가 되질 않았다... 이 대만출신 감독이 감당하기엔 "헐크"는 "슈퍼맨"처럼 너무나 미국적인 영화속 주인공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것처럼 이 영화속에서 세상사람 전부다에게 해를 입히는 난동이 일어나고 그 중심엔 감마선을 심하게 쐬어 화를 조절하지 못하게 된 비정상적 괴물이 서있다는 설정 그 속에 그 화를 조절하지 못하는 괴물같은 나라가 바로 미국이라는 야유와 비아냥이 섞여 있다면 어떨까??? 상상만으로도 이젠 이 용감한 동양인감독 이안에게 박수를 치고 싶은 기분까지 들지않는가???

오늘 그 이안감독의 영화 "와호장룡"을 봤다... 이안의 최근작 "헐크"를 보고 싶었으나 내가 군에 있을때 나온 그의 전작에 대한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물론 그의 전작 "결혼피로연"이나 "음식남녀"을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봤던 까닭에 재미가 없을 것이라고는 1%의 가능성도 두지 않았었다... 그런데 이놈의 "와호장룡"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가끔 피할 수없는 골목길의 깡패같은 영화를 마딱트릴 때가 있다... 이럴땐 정말 모르겠다... 그래서 이 강적을 나만의 방식대로 돌파해보기로 했다... 얘기가 재미없어도 들어주시라...

이 영화엔 두명의 핵심 주인공이 있다... 한명은 굉장한 무공을 일신에 지닌 무당파 영웅 리무바이(주윤발), 나머지 한명은 그 무당파 무공비급을 훔친 나쁜 노파를 아무도 몰래 사부로 두고 있는 부잣집 관료 옥대인의 딸인 용(장쯔이)이다... 이 두주인공에게서 주목해야할 공통점은 이 두사람 모두 겉과 속이 다르다는 것이다.... 무당파 영웅 리무바이는 자신의 사제 수련(양자경)을 사랑하지만 그 사제의 죽은 약혼자가 절친한 친구인 관계로 그저 바라봐야하만 하고, 옥대인의 딸 용은 강호로 나서서 자유롭게 살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은데 고관댁 딸인 관계로 얌전히 지내야만 하는 신분이라는 것이다... 또한 그녀에게도 역시 신분상의 차이때문에 몰래 정분을 나눠야하는 마적단 두목 호(장진)가 있다...

이 영화의 제목 와호장룡은 "영웅과 전설은 보이지 않는곳에 숨어있다" 라는 뜻으로 영화속 두주인공의 표리부동한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더욱이 두 주인공의 표리부동한 설정은 감독의 세계관과 큰 연관이 있다... 세계속의 나라들은 저마다 명분을 내세우고 이 명분때문에 움직이는 듯 보이지만 진실은 그렇치 못하다... 언젠가 이라크전에 참전했던 국가와 반전을 주장했던 국가 사이에 진실은 커다란 차이가 있었음을 우리는 확인하지 않았던가??? 반전은 커다란 명분인듯 보이지만 숨은 진실은 그네들이 전쟁전에 가지고 있던 이라크내 석유에대한 기득권이었다... 이런 허위성은 강호세계의 무사들이 돈보다 명예를 소중히 여긴다하여 자신의 이름을 거창하게 말함으로써 자신이 강한듯 보이게 하지만 여자인 용에게 힘없이 꺾이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찾을 수 있다...

리무바이와 용, 이 두 주인공 사이엔 또하나의 주목해야할 차이점이 있다... 리무바이는 전설의 보검 "청명검"을 가진 자, 용은 그 보검을 가지고 싶어하는 자라는 대립구도이다... 이 두주인공의 설정을 국제관계로 따져보면 영화에서 보검의 존재를 더욱 크게 확대시킬 수 있다... 이를테면 "청명검"을 핵미사일로 생각해보자... 용은 그 "청명검"에 엄청나게 집착하여 끊임없이 훔치려하고 결국 갖게되지만 주위에선 용의 "청명검"소유를 아무도 인정하지 않고 리무바이 역시 "청명검"의 소유에 집착하려 들지말라고 가르치려한다... 이는 리무바이가 상징하는 기존선진국이 단지 핵의 소유만으로 자신처럼 강한 선진국이 될 수 없음을 용과 같은 후진국들에게 말하고자 함을 지적하려는 것이다... 리무바이는 "무당파,리무바이,청명검.. 이딴건 그저 이름에 불과한거야.. 진정으로 강한 힘은 바로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야!!" 라고 말하며 용을 끊임없이 가르치려 든다... 이는 기존선진국들이 치고올라오는 개발도상국들에게 강한 무기 즉, 핵의 소유만이 선진국으로 가는 첫걸음이 될 수 없으며 그에 합당한 문화의 발전에 토대를 두어야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일치한다... 이런 리무바이의 가르침에도 용은 자신의 "청명검"에 대한 강한 집착을 버리지 못하며 이는 리무바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다...

결국 마지막 씬에서 용은 언젠가 자신의 연인 호가 말해주었던 전설처럼 "진실된 소원은 꼭 이루어 진다"를 그에게 다시 말해주며 소원을 묻는다... 호는 자신의 소원은 그녀와 호의 고향인 사막으로 함께 돌아가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 전설처럼 용은 절벽아래로 몸을 던진다... 이는 이안감독이 자신의 세계평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호와 용이 둘만의 평온한 공간인 사막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이제 우리 역시 대립과 전쟁의 시대를 벗어나 새로운 시대 즉 평화의 공간으로 향했으면 하는 인류 절대절명의 소원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 세계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우리 역시 절벽으로 몸을 던지듯이 모든 욕심을 버려야한다는 말도 된다... 그럴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니 말은 똑바로 하자... 그럴 수는 없다... 우리는 욕심을 버릴 수 없다... 바로 그런 점에서 이 영화는 무협영화가 아니라 환타지물이다...

지금까지 내가 신이라도 된것처럼 나만의 영화해석을 해보았다... 어쩌면 이 나만의 영화해석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생기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의 해석을 이안감독이 들으면 웃을 수도 있는 지나친 의미확대의 오류이기 때문이다... 나의 영화해석은 과대망상증에 걸린 자의 괴변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이안의 비웃음조차도 이안의 생각일뿐이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순간 이미 영화는 이안의 손에서 떠났기 때문이다... 그의 손을 떠난 영화를 다시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들이다... 그래서 이 어려운 영화한편에대한 다양성을 지닌 모든 가능성있는 영화해석들을 존중하고자한다... 그만큼 나의 해석도 존중받기를 바라는 욕심 때문이기도 하다... 역시 이안의 결론처럼 나의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건 내가 인간이기 때문이다... "와호장룡"은 그저 환타지물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나는 영화를 배우기 위해 영화를 해석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영화를 재밌게 보기위해 해석하는 것일 뿐... 그래서 더욱 새로운 시각을 원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새로운 시각을 얻어서 영화를 더욱 재밌게 볼수 있으면 그걸로 대만족이다...

이젠 눈치채셨는가??? 그렇다면 고백하자... 나에게있어 "청명검"이란건 바로 영화를 새롭게 보는 시각 그 자체에 있다... 그 새로움야말로 나를 영화로 끊임없이 빠져들게 만드는 힘이다...



Ps. 제가 이 영화평에서 신을 운운한것에 대해 정말로 건방진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 류시화의 "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에 저같은 건방진 자에게 충고해줄 수 있는 좋은 귀절이 있어 써봅니다..

"신은 자만심에 차 있는 사람과 가장 거리가 멀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사람들은 신을 필요로 하지만, 자만심에 찬 사람은 신 없이도 잘 살아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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