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나서 우리 엄마는 자꾸만 불안하다고 하신다...
오늘도 철도파업뉴스를 보면서 불쑥 한마디 던지신다...
"니가 노무현 찍으라고 해서 찍었더니.. 나라가 이모양 이꼴아니냐?? 박정희 땐 안저랬다..."
"다 잘 되려고 하는 거일 꺼에요... 좀더 지켜봐주세요... 그럼 만약에 노무현이 박정희처럼 입,귀 다틀어막고 살라고 하면 받아들일수 있겠어요??"
"그땐 다들 안그랬어... 다들 하나같이 점잖게 예의를 지켰지..."
다들 불안하댄다.. 노무현이가 되니깐 연일 계속되는 파업에 나라꼴이 말이 아니라고들 한다.. 대통령 잘못 찍었댄다... 노무현이는 대통령감이 아니었댄다... 뉴스를 보며 일단 그렇게 대통령을 깎아내리자... 통제와 질서의 시대가 그립다는데야... 그럴 수 밖에... 파업하는걸 TV중계로 보면서 또 한마디씩들 한다...서로 양보해야지.. 왜저러냐?? 그런데 만약에 당신이 그 공장 노동자라 해도 그런가?? 흠.. 그렇다면 할 수없지.. 그렇다는데야...
그런데 사실은 우리 엄마말이 정답이다... 예의가 없다... 국민은 노무현이를 무시하고 노동자는 사장을 같잖게 여기고 학생은 선생님을 우습게 알고 아들은 아버지를 얕잡아보고 생산자는 소비자를, 공무원은 국민을 내려다 본다... 이런데 정말로 우리 사회가 통제되기를 원하는가??? 그러러면 먼저 자기 자신을 통제하라... 쫌 그런 다음에 남을 탓하자....
흠,,, 왜 갑자기 엉뚱한 말을 늘어놓냐고??? 오늘의 영화는 "라이터를 켜라"이기 때문이다...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저마다의 권리를 주장하는 혼돈속에 던저진 우리 사회의 소외계층이 자기 권리를 찾고자 하는 좌충우돌 모험담이다... 봉구(김승우)는 정말로 불쌍한 백수로써 아무도 그를 대접해주지 않으며 아무도 그를 인정해주지않는다... 그런 봉구가 깡패조직 보스 철곤(차승원)에게 빼앗긴 300원짜리 라이터를 찾으러 나선다.. 이렇게 되면 철곤은 가해자 봉구는 피해자 같지만 사실은 철곤 역시 빼앗긴 라이터가 있다... 국회의원 선거때 박의원(박영규)뒤를 쫓아다니며 정치깡패역할을 해주지만 박의원으로부터 밥값도 받지 못한 불쌍한 처지라는 것... 그래서 돈를 받으려고 열차를 강탈하고 박의원이 자신의 위치때문에 돈을 안주게되자 열차가 부산역에 꼬라박아서 다같이죽자며 열차를 엄청난 속도로 달리게 만든다... 허나 이런 영화결말이야 뻔하지 않겠는가??? 주인공 봉구는 승리하고 철곤은 패배한다...
영화를 보기전에 평론가 유지나님의 글을 본적이 있다... 유지나님 말에 따르면 그 300원짜리 라이터는 남근의 상징이고 라이터를 빼앗긴 것은 봉구의 남성성 상실을 의미하는 것이랜다... 그 글을 보고 유지나님을 비웃은 기억이 난다... "이 여자는 맨날 남성성이 어떻고 여성성이 저떻고 떠들어대고 꼭 결론은 남녀평등이더라..." 그런데 영화를 보고난 뒤 역시 평론가의 눈이 날카롭다는 생각을 문득했다... 처음 봉구가 동창회에 갔을때 강한 남성성을 가진 동창이 봉구에게 라이터불을 엄청나게 쎄게 해서 봉구을 위축시킨다... 끝에 봉구가 강해졌을 땐 똑같은 짓을 봉구가 동창에게 하고 동창을 박치기로 눕혀버린다... 마치 옛날에 본 "퀴즈탐험 신비의 세계" 에서 자신이 대장원숭이임을 다른 수컷원숭이들에게 힘을 과시하는 것처럼... 그런데 여기서 그 라이터가 없어진다는 것... 과시할 남성성의 상실을 의미함이 아니겠는가??? 그저 평론가 유지나님의 날카로운 영화해석에 탄복할 뿐이다...
라이터의 상징성이 어떻던간에 되찾는다는 행위 자체는 빼앗긴 권리를 찾고자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봤을때 오히려 봉구보다 철곤에게 더욱 동정심이 간다... 봉구의 권리라는 것은 결국 자신의 개인적 남성성 회복에 불과하지만 철곤은 한집안의 가장이자 한집단의 우두머리다... 그런 철곤의 패배는 이 영화를 코메디지만 웃지못하게 만든다... 개인적인 권리가 사회적인 권리를 무너트림의 결말이 던지는 사회적 파장은 어떠한가??? 봉구가 라이터를 찾음으로 해서 우선 철곤 집안은 쑥대밭이 되었을 것이고 그다음 조직에 딸려있는 아우들의 운명은 알 수 없게 될 것이고 표리부동 국회의원은 잘 먹고 잘 살게 되었을 것이다... 글의 앞부분에서 자기자신부터 통제 좀 하고 살자고 호소했다... 바로 이 영화의 결론에 반대하기 때문이다... 봉구 하나가 라이터를 켜버림으로써 봉구의 개인적요구가 철곤의 사회적요구에 승리해버림은 우리사회의 많은 희생자, 다수의 비극을 만들기 때문이다... 한사람 잘먹고 잘살자고 다수의 눈물을 양산해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꼭 봉구가 라이터를 켜야하나??
그래... 좋다... 그럼 니말대로 "소수의 권리는 다수를 위해 희생해도 되느냐?? 봉구의 권리가 철곤의 권리보다 작다고 하여 무시해버린다면 그건 파시즘아니냐??" 라고 묻는다면 또 할말없어지게 되버린다.... 이래서 양면성이란 무섭다...
영화의 결론에 내가 반대하건 찬성하건 간에 영화는 끝났고 전국관객 130만을 올렸댄다... 역시 흥행배우 "차승원"의 힘이다... 언젠가 영화의 흥행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내 친구가 영화 "나비"가 "김민종"이 흥행배우 "김정은"을 업고도 실패한 불우한 영화라고 했다.. 그런데 난 그게 아니라며, 그 영화에 "김민종"과 "김정은"을 같이 쓴것 자체가 모험이라고 말했다... 흥행배우 "김정은"이 언제 코메디 이외의 분야에서 실력을 행사해본적이 있었던가?? 영화의 흥행이라는 건 어느정도 배우의 네임벨류가 작용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김정은" 이름이 붙은 "멜로드라마"란 건 엄청난 모험 그자체이다... 반쪽짜리 캐릭터 배우의 한계라고나 할까??? 그런 점에서 "김승우"의 멜로드라마와 코메디 사이에서 어설픈 줄타기란 보기에 안쓰러울 수 밖에 없다... 그 어느쪽도 캐릭터가 확고히 다져지지않은 상태에서의 연기변신이라는 건 보는 사람 눈쌀만 찌뿌리게 할 뿐이다... 말이 연기변신이지 그냥 김승우일뿐이다... 역할을 바꾸면 뭐하나?? 어떤 연기를 해도 똑같은 억양, 똑같은 눈빛, 똑같은 감정처리일 뿐인데....
끝으로 이 영화의 총평을 하자면 영화 "라이터를 켜라"는 작품성있는 A급영화가 되고자 했지만 못되었고, 그렇다고 철저한 오락성의 B급영화도 되지못한 그 중간에서 길을 잃어버린 불쌍한 미아같은 영화라고나 할까??? 웃음을 유발해내기엔 주제가 너무 어두웠고, 주제를 깊이 생각해보기엔 웃기려고 너무 애를 썼다... 하지만 좀더 솔직히 말하자면 이렇게 뭔가 말할게 있는 영화여서 다행이다... 처음 영화시작할때 영화속에서 하나도 건질게 없을까봐...불안해했다... 물론 그건 나의 한계이다... 어떤 쓰레기 같은 영화도 말할 가치는 있다... 좋은 영화는 좋아서 나쁜 영화는 나빠서 그 영화를 논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나쁜 영화에서 좋은점을 발견할 수 있고 좋은 영화에서 나쁜점을 발견해낼 수 있어야 영화보는 수준이 조금이라도 향상되는게 아닐까? 진정한 안목이라는 건 나쁘다고 피하고 더럽다고 안보는게 아니라 더러운 진흙탕 속에서 예쁜 꽃한송이를 볼 수 있는 힘이다... 언젠가는 내게도 그런 힘이 생기기를 빌며 영화 "라이터를 켜라"의 영화평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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