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예고편에서 네오가 하늘을 날아오르는 장면을 본 후부터는 매트릭스에 그리 큰 기대는 하지 않았어서 실망은 없었다. 소름을 돋게 하는 그 기술력만으로도 영화의 값어치는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와 같이 본 사람들은 중간중간 킥킥거렸고 군중씬과 배드씬이 교차된 장면에서는 이거 에로아냐 했으며 키메이커의 실체를 본 후부터는 웃느라고 영화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는 것 같았다. 왜 그랬을까.
이 곳 칼럼에도 올라와있지만 많은 영화매니아들은 찬사든 비난이든 극중 이름 하나하나에, 관계 하나하나에, 대사 하나하나에 신화와 철학을 집어 넣고 어느 씬의 중요성이나 대사의 허접함 같은 것들을 논한다. 깊게 알고 있지 않더라도 영화에 철학이 깔려있다는 것은 짐작할 수 있다. 또 다른 많은 영화들에서도 평론가들과 매니아들과 일반 관객들의 평들은 엇갈렸었고 해석도 차이났었고 반응도 천차만별이었다. 그렇지만 달라도 이렇게 다른 영화가 또 있었을까.
솔직히 나도 <매트릭스2>보면서 참 헛웃음 많이 흘렸다. 그러면서도 밑에 깔린 철학을 읽어보겠다고 사뭇 진지하게 봤다. 많은 신화적 코드들을 이해해내려고 지루한 글들도 (난 신화를 좋아하지않는다) 읽어내었다. 그리고 오늘 여러 곳에서 매트릭스에 관한 글들을 읽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있는가도 궁금했고 다른 견해로 본 사람들도 있는가 싶어서였다. 글들을 읽기 전에는 이 영화에 대해서 액션이 따로 노는 것 빼고는 훌륭했다고 쓰려고 했었다. 씬 하나하나에 신화와 철학을 섞어내어 매트릭스의 타당성과 인간의 존재를 탐구하면서 1%의 사랑이 인류를 구원한다는 보편성에 도달하더라는 이야기를 하려 했었다. 그런데 많은 글들을 읽으면서 그리고 그 글들 모두 신화와 철학을 가지각색으로 대배시켜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이제 와서 영화에 상당한 실망을 하게 되었다. 영화에 대한 상당한 이질감을 느꼈기 때문이다. 깊이 있게 본 사람은 한 없이 깊어서 이름 하나하나에도 그 배경과 의미와 씬의 중요성을 설파하는데 또 다른 사람들은 전혀 다른 곳에 의미를 두고 또 많은 다른 사람들은 영화내내 킥킥대더란 말이다. 물론 영화마다 보는 사람 관점 다르고, 해석 다르다는 것은 안다. 그렇지만 이렇게까지 이질감을 느끼고 영화가 엘리트주의적인 우월감에 빠져있다는 느낌까지 들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으로 영화를 읽으려 하는 내 태도에 부끄러움을 느꼈다. 영화를 영화답게 보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아직 3편을 보지 않았으므로 왈가왈부하기가 쉽지는 않지만 영화 속에 깃들었다는 진지한 성찰 위에 관객들의 킥킥대는 웃음소리만으로 보면 이 영화 메세지를 전달하는데 오류가 있음이 분명하고 조만간 프로그램 삭제해야 할 듯 하다.
참고로 3편이 기다려지는 이유가 있다면... 매트릭스의 설계자는 도대체 누구냐라는 의문 때문이다. 그도 매트릭스의 프로그램인가?
임수환: 설계자도 프로그램이겠죠. 네오의 경우 (사람+프로그램)일테구요.. -[06/09]-
정혁: 저도, 네오가 시속 175km로 날아갈 때는 웃겨 죽는줄 알았습니다.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도 이 영화의 장점은 아닐는지... -[06/13-08: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