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자네는 어떤 도자기가 나오기를 바라는가??"
"선생님같은 화공은 그림이 잘나오기를 바라겠고,
유약을 바른 자는 유약이 잘 흘러 나오기를 바라겠고,
가마주인은 몇 작품이라도 건지기를 바라겠지요.
하지만 그것이 어디 우리 도공들의 뜻대로 되겠습니까. 다 불이 하는거지요..."
[취화선] 중에서
취화선.... 조선말 천재화가 장승업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한편의 동양화를 보는듯한 기분... 거장 임권택의 장인정신이 이 한편으로 귀결되지않을까???
더불어 촬영감독 정일성의 혼이 느껴지는 걸작이었다...
영화 "파이란"에서 스타와 배우의 차이점을 실감케했던 최민식까지...
물론 처음부터 끝까지 입에 침이 마를때까지 찬사를 늘어놓을 수 있는 영화이다...
허나 난 지금 이 영화의 비판을 하고자 한다....
바로 취화선, 서편제에 깔려있는 그럴수 밖에 없었다고 운명의 탓으로 모든걸 돌리는 의식 내면의 체념 그에 얽힌 패배적 순응주의를 고발하고자 한다....
영화가 끝난후 자신의 친일을 종천순일이라며 하늘의 뜻으로 책임을 전가시켰던 사람 서정주와 그의 시들이 떠올랐다...
현대 시인 중 시에 관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시를 쓰기 힘들다고들 평하여지는 사람.... 서정주...
현대 영화인 중 영화에 관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영화를 만들기 힘들다고 평하여지는 사람....임권택...
왠지 닮아보이는 건 나만의 착각일까????
영화 내면에 깔린 임권택이 가지고있는 의식은 서정주의 시세계와 닮아 있다...
장승업 그 자신의 그림에 관해서는 달라지고 싶다며 화풍을 변화시키기위해 고뇌하고 방황하고 변화시키고자 노력했지만......
그가 진정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한것은 무엇인가???
동양화와 조선이 함께 역사의 노을속으로 사라지려한 조선말 그때...
장승업 그의 그림과 열정은 꺼져만가는 동양화와 조선의 운명에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인가???
영화속에서 자신은 그저 그림쟁이일 뿐이라며 돌아서던 모습에서 왠지 씁쓸함을 느끼게 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안성기가 늙어서 개화당이나 동학운동또한 다 부질없는 짓이었다고 고백하는 대사는 임권택의 패배적 순응주의와 관련이 깊다....
내가 늘어놓는 그 패배적인 순응주의라는 말은 한의 정서일뿐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패배한 역사속의 "장군의 아들"을 오락영화로 만들어야 하고....
"서편제" 속에서 남매와 "노는 계집 - 창"속의 한 여인네에게 찾아오는 비극을 소위 "한"이라는 말로 승화 시켜야 하는 것일까???
왜 시대의 아픔 앞에서 침묵하며 한을 남겨야 하는가????
침묵이야말로 어지러운 세상을 대처해내는 슬기로운 방법이란 말인가????
그래서 임권택 그는 7,80 년대의 군사독재정권 때 오락영화 또는 예술영화만을 생산해왔던가???
그의 영화란 군사독재정권이 관심을 딴곳으로 돌리고 싶어 만들었다는 프로야구와 다를게 뭐가 있는가???
흐르는 강물처럼 세상을 그냥 사는자에게 침묵은 죄가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침묵이 반드시 금인것은 아니다.....
만약에 임권택 그에게 다시 7,80년대의 군사독재정권이 도래한다하더라도 그는 장승업과 마찬가지의 삶.. 서편제의 오정해처럼 장님이 되어 노는 계집-창의 신은경처럼 흘러가는 세상 탓만을 하며 순응하는 자세로 살것인가??? 하는 것이다...
장승업이 불에 뛰어들며 영화는 끝나지만 시대의 흐름앞에서 나약한 체념같은 허무함만이 느껴진다...
세상이 뭐라고 하건 나는나라 하며 임금이 불러서 그림을 그리게 해도 거부하는 자유를 지닌자..
그러나 역사의 소용돌이로부터 단 한걸음도 자유롭지 못했던 자..
오원 장승업.....
그가 취할 수 있던 것은 모든것을 받아들인채 하늘로 돌아가는 수 밖에 없었을까???
우리가 경계해야하는 것은 아픔을 치유하려하지않고 그저 하늘의 뜻이었다고 받아들임으로 묻어두어야한다는 시각인것이다...
아픔은 들춰내고 또 들춰내서 수술을 해서 도려내어 극복하려는 의지를 보일때 진정 이겨낼 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운명탓으로 돌리며 개인의 자유를 누리며 사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가 아닌 방종이다...
진정한 자유란 세상속에서 나 혼자만의 자유가 아닌 세상을 자유롭게하고자함 또한 있다는 것 간과해서는 안된다...
과거 일제30년 동안 혹은 군사정권시절 그 개인의 자유를 만끽하며 누려온 자들을 우리는 목격해오지 않았는가???
우리는 사회전체의 구속 속에서 개인의 무한한 자유가 주는 암담함에 대해 분노할 수 있어야 한다...
더이상 임권택의 영화에 돌을 던지는 것을 금기시 하지 말자....
마음껏 침을 뱉고 돌을 던지자....
거장의 영화 밑바탕에 깔린 그 패배의 철학을 똑바로 직시하고 비판하자....
우리 세대가 가야 할 길은 전세대의 잘못된 점을 꼬집어내고 도려내는 일이지 덮어두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영화 취화선은 패배의 시대에서 정통성을 부여받은 영화이다... 이는 우리에게 나쁜 영화란 말과 같다...
임권택의 영화 취화선에서 보여지는 동양화를 옮겨놓은듯한 아름다운 영상의 감동을 느끼지 못한 것은 아니다...
서정주의 시 귀촉도에서 보여지는 우리말 고유의 아름두운 시어의 감동을 느끼지못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철학 - 패배적 순응주의는 유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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