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이 영화를 보기 전에 그 누구에게도 영화가 재미없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든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든 , 영화에 기대를 걸었던 사람이든
그냥 시간 떼우기로 본 사람이든, 본 사람은 누구나 내게 이 영화를 추천했다.
기대가 되었고 이미 영화의 줄거리며 평론을 읽는, 요즘은 잘 하지 않는 준비까지
하고선 영화를 봤다. 혹시 나는 이 영화의 티를 잡아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건방까지 떨며...
그러나 영화는 내게도 너무 큰 감흥을 남겼고 오히려 내가 티를 잡혔다.
나는 80년대를 모른다. 그것이 내가 이 영화에 잡힌 티였다.
분명히 영화는 한 시대를 이야기하는데 나는 그 시대를 알 수가 없는 것이다.
평론가들은 80년대의 또 다른 시선이라 떠들고
주위의 보통 사람들은 그런거 다 제쳐두고 당장 밤엔 나갈 수가 없다며
영화가 준 공포를 만끽하고
나는 그 중간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었다.
내가 티비에서 보고 영화에서 보고 누군가에게 들은 80년대는
젊은 피들이 권력에 맞서고 모든 금기에 대항하고 자유를 추구하는
암울한 시대였지만 그래서 열정이 있는 시대였다.
그런데 영화는 그게 열정이 아니랜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데모 진압하느라 단 한명도 지원해줄 수 없는
기막힌 현실이 네겐 열정으로 보이더냐고,
그렇다고 아무나 막 잡아다 폭행해서 범인으로 몰아넣는 형사가
네겐 정의로워 보이더냐고,
그렇다고 군화발에 대못이 박혀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그 형사를
비난할 수있겠더냐고,
끊임없이 괴롭히며 네가 말 할 수 있는것이 무어냐 했다.
80년대는 지나갔다.
80년대를 추억하는 사람들, 형사는 더이상 형사가 아니고
범인도 이제는 살인을 하지 않는다(물론 알 수없지만, 영화의 어감으로 보면)
그로써 그들에게도 그들의 80년대는 지나간 것이다.
사건이 미결로 남았듯
어쩌면 80년대도 미결의 시대인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면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옛날에 어른들이 보릿고개 얘기할때 그 시절을 겪지 않은 어린 아이들이
그럼 라면 끓여먹으면 되지 라고 해서 어른들이 황당했다는 이야기.
내가 80년대를 얘기한다는게 그런게 아닌가 싶었다.
난 분명히 영화에서 한 시대를 읽었고 그래서 말은 하고 싶은데 알지는 못하고,
참 어려웠다. 영화를 조금 다른 쪽에서 볼 수도 있었을 것을 자꾸만 시대가 보였으니
괜히 평론을 읽었던지 아니면 영화의 주제가 너무 강했던지 둘 중 하나같다.
그렇다고 영화를 탓할 수도 없고 80년대를 알지 못한 나를 탓할 수도 없고
영화와 내 관계도 미결인갑다 생각하니 참 여러모로 재밌는 영화다 싶었다.
임수환: 제가 영화 스틸 사진 추가로 넣었어요. -[05/21-10: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