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실존인물인 프랭크 아비그네일의 실화를 바탕으로, 그의 기상천외한 사기행각을 영화로 옮긴 "캐치 미 이프 유 캔". 사기꾼의 일대기의 가장 큰 매력은 첫번째, 그가 어떻게 사람들을 속이는가 일 것이고, 두번째, 어떻게 수사망에 걸리지 않고 계속해서 사기를 치는가 일 것이다. 이 영화의 매력도 바로 이 두 영역에서 나온다. 문서위조를 통해서 비행기 조종사, 의사, 변호사 등 다양한 삶을 사는 프랭크의 모습과 거기에 완벽하게 속아 넘어가는 주변 사람들의 모습이 영화의 주요 흥미거리라면, 프랭크와 FBI 요원 칼 핸터리와의 쫓고 쫓기는 추적 상황은 영화에 긴장감을 불어 넣는 역할을 한다. 여기까지가 미리 상상할 수 있는 영화의 내용이라면, 프랭크와 그의 아버지, 어머니와의 관계는 이 영화에서 추가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축이라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프랭크의 사기꾼으로서의 삶, 프랭크와 FBI 요원 간의 추적, 프랭크와 부모와의 사랑, 이렇게 세 개의 이야기를 축으로 진행된다.
이 영화는 시작과 함께 (변신의 귀재인 프랭크와 그를 쫓는 칼이라는 영화의 기본 줄거리를 재치있게 표현한 도입부를 지나) 이 영화가 실제 있었던 사건에 기반하고 있다는 것을 밝힌다. 왜? 영화가 실제 있었던 일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것은 영화의 진행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 걸까? 가장 큰 역할은, 아마도, 혹여 설득력이 떨어지는 장면이 나오더라도 관객들이 그것을 '그래, 실제 있었던 일이었으니까…' 하고 받아들이는 역할일 것이다. (물론, 관객의 이런 가정이 항상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전학 당일 프랭크가 동료 학생들을 속이고 프랑스어 교사로 수업을 하는, 상당히 매력적인 장면은 개연성이라는 측면에서 다른 어떤 사기 사건보다 더 설득력이 있으나, 이 장면은 실제 프랭크 아비그네일에 의하면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그가 하지 않은 사기라고 한다.) 관객은 일종의 무장해제 상태에 놓인다. 관객들은 영화 속의 프랭크가 벌이는 사기 행각에 대해 비판적 거리를 갖을 필요가 없다. 혹여 나(관객)에게 그것이 믿기지 않게 다가온다고 해도 그것은 나의 문제로 귀결된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에. 관객들은 스크린에서 벌어지는 프랭크의 사기사건을 유쾌하게 즐기기 위한 무장해제를 당한다.
그럼에도 이런 무장해제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벗어나야 하는 순간이 온다. 그 장면은 체포된 프랭크가 비행기를 타고 프랑스에서 미국으로 건너오는 장면이다. 비행기에서 아버지가 돌아가신 것을 알게 된 프랭크는 그 소식에 제 정신이 아닌 상태가 되고, 그를 진정시키기 위해 칼은 화장실로 가는 프랭크를 말리지 않는다. 한참이 지나도 프랭크가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자 칼은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는데 거기에서 변기를 뜯고 프랭크가 도망친 것을 알게 된다. 다음 장면은 착륙하는 비행기의 다리 부분을 통해서 도주하는 프랭크. 그 다음 장면은 늦은 저녁 재혼한 어머니의 집으로 뛰어서 도착한 프랭크. 재혼한 어머니의 안락한 생활을 밖에서 관찰하던 프랭크는 곧 이어 들이닥친 칼 등의 FBI 요원에게 순순히 체포된다.
이 장면에서 사실이라고 믿기 어려운 장면은 뭐니뭐니해도 비행기를 해체(!)하고 탈출하는 장면이다. 이게 불가능한 것이라면 왜 이 장면을 삽입했을까 하는 질문으로 넘어가게 된다. 해답을 위해서는 비행기에서 탈출한 다음 프랭크가 한 일을 보는 것이 당연한 순서일 것이다. 프랭크는 그를 기다리고 있는 감옥으로부터 탈출한 것이 아니라, 어머니의 모습을 보기 위해 탈출한 것이다. 프랭크가 있는 창 밖의 세계와 대조를 이루면서 더 없이 화목하고 따뜻하게 보이는 어머니와 재혼한 남편, 그리고 귀여운 여자아이(프랭크의 배다른 동생임이 밝혀진다)의 모습은 전형적인 시민적 가정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기에서 확실하게 드러나는 것은, 무엇이 프랭크에게 결핍되었는가 하는 것이다. 매력적이며 성공적인 사기꾼으로의 삶에 결핍되어 있는 것은 다름아닌 화목한 가정이다. (영화는 이미 그가 결혼을 하려고 하나 실패하게 된 이야기를 보여준다) 공항부터 뛰어온 것처럼 보이는 프랭크가 힘들게 어머니가 사는 집까지 와서는 어머니와의 만남을 포기하는 것은, 그녀가 더 이상 자신의 어머니가 아니라 자신이 갖지 못한 화목한 가정의 구성원을 대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애초의 질문으로 돌아가면, 프랭크의 탈출 장면은 정상적인 가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설정된 것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프랭크가 저지른 범죄 역시 부모의 이혼이 아니었다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 여기에서 감독이 스필버그였다는 생각으로 이동하는 것은 당연하다. 이전 영화와 전혀 다른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주제에 다시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가족 이데올로기. 이것은 (소재의 파격성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를 다시 가족영화로 만드는 기능을 한다.
한 가지 더. 칼은 프랭크와의 만남에서 여러 번 변호사 자격증을 어떻게 땄는지, 시험에 어떻게 통과했는지 질문을 던진다. 앞에 이야기한대로 무장해제 상태에 있었던 관객들은 칼과 함께 이 질문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프랑스어 교사 역할을 일주일동안 하면서 어떻게 들키지 않을 수 있었는지, 수표 위조에 따른 세부적인 기술은 어디에서 배웠는지, 의사 자격증은 어떻게 획득한 건지, 그것은 시험없이 가능한 건지 등의 많은 질문을 던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관객들은, 칼의 변호사 자격증에 대한 질문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 궁금증을 갖게 되고 그 대답을 기다리게 된다. 프랭크는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대답을 준다. 거기에는 아무 속임수도 없었고, 2주동안 시험을 준비해서 붙은 것이라고. 그의 대답과 함께 카메라는 뒤로 빠지면서 FBI 조직에 성공적으로 융화되어 있는 프랭크의 모습을 보여주고, 자막을 통해 그가 현재 세 아들을 둔 가장으로서, 매년 백만달러가 넘는 돈을 버는 성공한 미국인으로서의 삶을 영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다시 말해 그는 애초 뛰어난 능력을 지닌 인물이며, 현재는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해서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모범적인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우리는 다시 익숙한 지점에 도달한다. 개인의 영웅화, 그리고 가정의 중요성.
"캐치 미 이프 유 캔"은 유쾌하며 무해하다. 그러나 극장에서의 유쾌한 기분을 유지하고 싶다면 극장을 나오면서 영화에 대한 생각은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왜냐하면 곰곰히 생각하다보면 이 영화는 가정의 중요성에 대한 스필버그의 또 다른 변주에 지나지 않는다는, 씁쓸한 인식에 도달하기 때문이다. (goomd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