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목(巨木)의 웅장하고도 수려한 면모는 그 큰 중심줄기와 무한히 뻗어 나간 잔가지들을 조화때문일 것이다. 반대로 말한다면, 잔가지를 상실한채 덩그렇게 큰 기둥만 남은 거목은 잔인할 정도로 초라하고 공허하게 느껴진다.

<영웅>은 아쉽게도 거목의 위풍을 상실한 후자에 속하는 영화이다. 엄청 큰 궁궐, 많은 가신, 많은 군사, 많은 화살 등 영화의 대부분은 이 무협 판타지를 커다랗게 만드는데 '많은' 것을 허비해 버린다.

그런데 이렇게 커진 스케일 속에 담기는 이야기는 관습적이며, 이는 곧 영화의 거대한 스케일을 관객에게 살갑게 전달해 주는 매개 역할의 결여를 가져온다.

판타지 영화가 '이건 판타지야'라고 밝혀지는 순간. 이 순간만큼 영화가 초라해지는 순간이 있을까? (mamor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