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얼마 전 "반지의 제왕 - 반지 원정대"의 확대 버전이 비디오와 DVD로 출시되었다. 영화도 원작보다 30분 길어지면서 보다 친절한 영화가 되었지만 이 버젼의 매력은 영화의 생성과정을 매우 자세히 보여준 2장짜리 제작일지에 있었다. 나에게 무엇보다 놀라웠던 것은 제작진이 들인 엄청난 수공업적인 노력이었다. 특수효과를 이용한다면 매우 간단히 처리될 수 있는 것을, 실제 사람과 실제 세트를 이용해서 제작을 한 노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예를 들어 호비트와 다른 인간들과의 크기의 차이를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했는가를 보여 주는데, 일단 호비트만한 크기의 사람들을 골라서 네 명의 호비트와 같이 분장을 해서 연기 하거나(처음 프로도가 간달프에게 안기는 장명, 호비트들이 다른 원정대와 보트를 타고 강을 내려가는 장면 등), 주변 인물들을 비현실적으로 크게 만들어서 호비트를 작아 보이게 한거나 (브레에서 여인숙으로 찾아가는 길), 또는 호비트를 카메라에서 먼 쪽에, 다른 인물을 가까운 쪽에 배치함으로써 호비트의 크기를 작게 하는 방법(간달프와 프로도가 빌보의 집에서 차를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장면) 등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호비트의 작은 크기를 자연스럽게 표현을 했다.(각각의 방법에 따르는 복잡한 기술적인 문제는 이 글에서는 생략하기로 한다)
수공업적 세밀함에 대한 감동 때문이었을까. "두 개의 탑"을 보러 가기 전 나의 가장 큰 관심사항이자 걱정은 특수효과들이 어떻게 사용되었을까 하는 점이었다. 이 때 나의 궁금증은 골룸, 엔트가 어떻게 묘사되었을지 하는 것이었다. 왜냐하면 1편에서 보았듯이 전투장면은 거의 어색함 없이 영상화 했기 때문에 헬름 협곡 전투 같은 대규모 군중 씬에 대해서는 걱정보다는 기대감이 더 많았지만, 비중있는 특정한 캐릭터가 영화 속에서 어떻게 완벽하게 녹아들을 수 있을지 궁금함과 우려가 섞여 있었다.
이 점부터 이야기하자면 특수효과로 만들어 낸 골룸과 엔트는 매우 성공적이었다. 특히 골룸은 거의 흠잡을 데가 없을 정도였다.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의 도비와 유사한 느낌을 주는 골룸은, 사람과 유사한 형태의 특수 효과 인물이 배우들과 함께 연기를 해도 전혀 어색함을 주지 않는 선까지 올라왔다는, "해리 포터"에서 받았던 느낌을 다시 한 번 확인해 주었다. 골룸과 스미골로 대표되는 한 생물체 안에 공존하는 선과 악을 표현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작은 하이라이트라고 해도 좋을 만큼 인상적이었다. 결국 파라미르로 대표되는 인간에 의해 타인에 대한 신뢰를 잃고 내부싸움에서 스미골이 골룸에게 지는 장면은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나무수염의 경우에는, 우리의 상상 속에서만 존재하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처음에는 낯설게 다가오는 외모나 걷는 모양 등이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익숙해지고, 다른 엔트와 함께 모여있는 장면도 같은 이유에서 큰 어려움없이 받아 들일 수 있게 되지만, 메리와 피핀과 함께 나오는 장면, 무엇보다 두 호비트가 나무수염에 앉아서 거니는 장면은 특수효과라는 느낌이 많이 드는 아쉬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특수효과는 영화를 뒷받침하는 도구이어야 하지 영화의 중심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다는 점에서는 이의를 달 수 없다.
세 시간에 가까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전혀 지루하지 않다는 점은 특수효과에 힘입은 바가 크다. 인간의 눈으로는 절대 볼 수 없는 장면들이 보여주는 매력은 헬름 협곡 전투에서 확실하게 표현된다. 만명이 넘는 사루만의 전사들을 헬리콥터에서 촬영하는 것과 같은 카메라 기법으로 보여주는 장면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 어디에 있는가를 확실하게 보여준다. 자유로운 카메라, 완벽에 가까운 특수효과, 인간미와 장엄미를 동시에 느낄 수 있는 원작 스토리. 우리 시대에 "반지의 제왕"이라는 영화를 볼 수 있다는 것은 커다란 행운이다. (Goomdool)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