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즈 위더스푼의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리즈의, 리즈에 의한, 리즈를 위한.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에서는 지적인 이미지로 나왔다면 이 영화에서는 ‘카메론 디아즈’풍의 푼수 연기를 펼치고 있다.

금발소녀 성공기

단지 금발이라는 이유로 남자친구에게 채인 ‘엘 우즈’는 어느 날 뷰티샵에서 하나의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남자 친구의 이상형에 어울리는 여자가 되기 위해 그가 다니는 하버드 로스쿨을 응시하기로 한 것이다. LSAT 179를 맞고 대학 학점 4.0, 무엇보다 독특한 자기소개 비디오로 교수들을 ‘홀린’ 엘은 당당히 하버드 교정 입성에 성공한다. 하지만 수업 첫날 예습을 안 해와 교수에게 쫒겨 나고 설상가상 엘은 다른 여자와 약혼한 상태. 하지만 금발도 할 수 있다는 일념 하에 엘 우즈의 피나는 노력은 시작되고 차츰 결실을 맺어간다.

이 영화의 주타겟은 아마도 여성들일 것이다. 전세계 비 백인은 물론 미국 내에서도 금발을 동경하는 모든 젊은 여성들에게 판타지를 제공하는 것이다. 하지만 만약 주인공 역을 ‘리즈위더스푼’이 맡지 않았다면 이 영화는 그렇고 그런 b급 여성 영화에 머물렀을 지도 모른다. 리즈 위더스푼은 마치 우리나라의 배두나처럼 어떤 앵글에서는 결코 이쁘지 않다. 작은 키, 평범한 몸매, 평범한 페이스....하지만 그녀는 이 영화에서 충분히 사랑스럽다. 마치 <클루리스>의 여주인공 알리사 실버스톤처럼.

남자들에겐 어떨지 몰라도 여자들은 이런 영화를 좋아한다. 엘 우즈의 친구 2인방처럼 소위 ‘머리는 텅텅 비었지만’ 심성은 착하고 여린 여자들이 정신없이 수다를 떠는 것은 사실 귀엽기 때문이다. 이 영화는 여성들의 의리에 관한 영화이기도 하다. (사실 이건 훌륭한 여성영화의 기본 요소이기도.) 미용 클럽에서 엘의 친구들은 하나같이 엘이 하버드 시험에 합격하도록 도우며 붙었을 때 진심으로 기뻐한다. 엘이 인턴으로 맡게 된 사건에서 피고인 여성은 우연찮게도 그 미용클럽의 선배였으며, 엘과 돈독한 연대의식을 보여준다. 엘의 사건 해결 또한 어떤 큰 것을 통해서가 아닌, 사소한 미용 정보들과 관찰력에 의해서 진행된다.

이것은 또한 LA의 순진한 미녀가 동부로 건너와 세상 물정을 알게 되는 이야기이다. 금발에게 선입견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노력으로 이것을 깨트려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마지막의, 졸업식 연설 장면은 그래서 감동적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법은 열정이 배제된 이성”이라고 했으나 열정이 무엇보다 중요함을 알게 되었다는 엘. 그것은 feminine한 여성의 열정이기도 했다.

물론 리즈 위더스푼은 과장됐다. 풍부한 표정이라든가 특히 사뿐사뿐, 씰룩씰룩 걷는 그 포즈가 그렇다. 하지만 영화에서 엘 우즈는 미녀대회 2등의 경력이 있다고 나오므로 어느 정도는 모델적인 컨셉이었으므로, 그다지 이상하지는 않은 것 같다. 어느 누가 엘 우즈-리즈위더스푼을 미워할 수 있을까? 필자로서는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지만^^; 저런 친구가 곁에 한 명쯤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 예쁜 영화였다.(trini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