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랑자 차림을 한 중년의 남자가 있다. 그의 앞에는 수집한 고물을 운반하기 위한 손수레와 대여섯 마리의 개들. 그의 추레한 양복상의 뒤에는 한 자루의 총이 숨겨져 있다. 그와 불과 일 이미터의 거리를 두고 깨끗한 와이셔츠 차림으로 일식 철판구이 집에서 식사를 하고 있는 부유한 사람들이 보인다. 둘 사이에 있는 유리창 한 장으로 인해서 그들 사이의 거리는 가까우면서도 도달할 수 없을 만큼 멀다. 그 때, 부랑자는 총을 꺼내어 유리창 안의 한 남자를 겨냥해서 쏜다. 남자는 쓰러지고 한 줄기 피가 철판 위에서 끓으며 흐른다.

 

‘개에 대한 사랑’이라고 번역될 수 있는 멕시코 영화 <아모레스 페로스>는 거대도시 멕시코시티에 사는 3쌍의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세 이야기는 관련이 있으면서도 관련이 없다. 무엇보다도 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생활공간 면에서 서로 만나고 인연을 맺기에는 너무나 거리가 먼 곳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불행으로 인해 그들의 삶은 서로 잠시 동안 영향을 주고받는다.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 가지 에피소드들은 고전적인 극영화를 연상시키는, 매우 치밀하게 계산된 시나리오를 영화화한 결과이다. 그러면서도 틀에 짜여져 있는 답답함을 주지 않는 이유는 핸드카메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촬영기법에 공을 돌려야 할 것이다. 불안하게 삶을 살아가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긴장감을 갖고 추적하는 핸드 카메라로 인해서 <아모레스 페로스>는 생동감을 얻는다. 삶의 기반이 탄탄하지 않은 사람들의 삶은 불안하다. 그렇지만 누가 자신의 삶은 영원히 흔들림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영화 속에서는 누가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있는지 전혀 짐작도

하지 못한 채 납치를 당하는 남자가 나오고, 녹색 신호등에 차를 출발했지만 옆에서 신호를 어기고 들어오는 차로 인해 다리에 심한 상처를 입는 여자가 나온다.

 

<아모레스 페로스>가 갖는 에너지의 원천은 앞날을 내다볼 수 없음에서 나온다.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알 수 없다. 카메라는 끊임없이 그러면서도 조심스레 움직이면서 등장인물들을 둘러싼 여러 가지 가능성들을 포착해낸다.

 

이 모든 가능성들을 하나하나 현실 속에 배열하고 그것을 다시 영상을 옮기는, 분명히 고난 했을 작업을 마치고 멋진 영화를 만들어 낸 <아모레스 페로스> 팀에게 박수를 보낸다.(Goomd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