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 R. R. 톨킨이 남긴 1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판타지 문학의 고전을 영화화 한다는 소식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안겨 주기에 충분한 소식이었다. 이 작품은 이미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었던 바가 있는데 개봉 당시 ‘그다지 나쁘지 않은’ 작품성에도 불구하고 열혈팬들에 의해 혹평을 들어야 하는 운명을 겪었다고 한다.

제작에 들어간 천문학적 제작비와 제작기간 등은 팬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는 갖추고 있는 것 같다. 이 영화의 장점은 일단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된 특수효과를 들 수 있다. 갠달프의 불꽃 놀이 장면, 지하 동굴에서 옥스들이 떼로 달려드는 장면 등등 특수효과의 장점을 느낄 수 있는 장면은 적지 않았지만 무엇보다도 호비트들의 크기를 사람의 이분의 일 정도로 줄여놓은 작업은 이 영화에 현실감을 불어 넣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만약 호비트들이 사람과 같은 크기였다면 반지를 갖고 떠나는 프로도를 비롯한 호비트들의 가상한 용기가 전혀 와 닿지 않았을 것이다.

반면에 방대한 분량의 문학작품을 영상으로 옮기는 경우에 생기는 문제점은 여전히 아쉬운 점으로 남아 있다. <전쟁과 평화>를 가장 잘 영상으로 옮긴 작품으로 영국 BBC 방송국의 미니 시리즈를 꼽는 것처럼 사실 훌륭한 원작은 시간이 아무리 많이 걸린다고 해도 그대로 옮기는 것이 최선의 방법일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그것이 불가능하므로 불가피하게 분량을 줄이는 작업이 병행되게 마련이다. <반지의 제왕>의 경우에는 호비트들의 생활상을 많이 생략함으로서 호비트족의 매력적인(?) 삶의 방식을 보여주지 못했다. 호비트들은 모험을 극도로 싫어하고 하루에 6끼 이상의 식사를 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는 종족이다. 프로도가 반지를 갖고 떠나야 함을 알게 된 후 실제로 호비트 마을을 떠나게 되는 것은 몇 달 후의 일이다. 그들에게는 그 정도의 준비기간이 있어야 여행을 떠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음의 준비부터 시작해서 살던 집 정리, 친구들과의 인사등등 모두 호비트들에게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영화에서 프로도는 갠달프에 의해 위협을 통보받고는 바로 짐을 꾸려 떠나게 된다. 호비트의 생활방식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라 하겠다.

전반적으로 영화는 큰 사건들을 중심으로 세부적인 디테일들은 생략하고 있다. 물론 각각의사건들이 보여주는 스펙타클만으로도 관객을 사로잡기에 부족함이 없지만 소설 <반지의 제왕>에 감동을 받은 사람이라면 사라진 디테일에 대한 아쉬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원작소설이 워낙 방대하고 치밀하게 구성된 대작이기 때문에 영화가 그 그늘을 벗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렇지만 소설의 보충물로서 영화 <반지의 제왕>은 그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고 본다. 내년 겨울에 개봉될 2편도 기대해 볼 만 하다. (goomdoo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