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결혼을 한 여인과 남자가 이웃 사촌으로 만나고 그들은 서서히 좁혀드는 공통된 시간 속에서 서로에게 무심에서 관심이란 것을 가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들의 관심은 처음에는 사랑이라기 보다는 서로의 지루한 삶을 같이해주고 각자가 사랑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친구 같은 사이였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삶에 상대를 완전히 들이기를 점점 원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현실 속의 여러 문제점들과 남들의 시선에 힘이 겨워 그들의 사랑을 포기하고 각자의 삶을 살아간다. 아마도 그들에겐 삶의 휴식처와 같은 사랑보다 그저 영화 속에서처럼 느리고 조용히 나타난 비들처럼, 또는 음악처럼 이미 선택 된 길을 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너무 늦게 찾아든 사랑에 대해 힘들어하는 사람들의 인생을 아름다운 영상 미와 왕가위 감독만이 가진 뛰어난 감성이 묻어 나오는 음악으로 영화를 관객들에게 펼쳐 보이고 있다. 그는 이제 빠른 속도로서 영화를 말하려고 하지 않은 듯하다. 그는 이제 삶의 깊이와 진지함을 느린 표현 속에 공간의 깊이로 서서히 들여다보고자 한 듯하다.
그의 영상은 언제나 그러하듯이 인물의 성격묘사에 탁월한 표현법을 보이고 있다. 그의 영화 속의 인물들은 표정과 대사가 사치스러워 보일 정도로 음악과 색감, 영상만으로도 그 배우의 감정과 상황을 너무도 적절히 잘 표현하고 있다. 그는 아주 섬세한 감성의 소유자 인 것이 분명한 듯하다. 그는 작품들 속의 소품하나까지도 그 영화가 가진 감성을 최대한 살릴 수 있는 것들로 선택하고 적절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도록 배치한다. 그것이 왕가위 감독의 영화가 상업성의 흥행도 기록하면서 저급의 예술성 없는 작품이 나타나지 않는 이유일 것이다. 또한 그의 작품 속에는 수없이 많은 코드들이 존재한다. 그 화면이 내포하고 있는 이야기들을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곳까지 숨겨놓고 프로이드의 무의식의 세계를 그는 노리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우리가 영화를 보고 돌아 선 뒤에도 쉽게 그의 영화가 머릿속에서 지워지지 않고 계속 맴돌고 있는 것을 느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빠른 모션으로 풀어낸 영화에 이어 느림의 미학을 보여준 화양연화는 그가 삶을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