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늘 우리 주변에 자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현실을 반영하기 마련이다. 치열하고 고단한 삶 속에 지쳐있는 우리의 내면으로 들어와 철학적인 의미들을 제시하거나, 혹은 그 외부에서 실질적 쾌락을 추구하며 모든 것을 잠시나마 잊게 만든다. <영화는 영화다>는 모호하게 이 경계에 위치해있다. '영화는 영화다'라는 제목은 우리가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현실'과, 가상적인 삶의 극적 설계와 그것의 단편으로 이어지는 '영화' 간의 관계에 위치해있으리라 하는 것을 짐작 가능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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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떨 때, 혹은 누군가에게 영화는 쾌락의 소도구가 된다. 여기서 분명 영화는 하나의 도구다. 혹여 이런 경우가 적절할 때가 있기도 하겠다만, 진중한 영화에 있어서는 그것을 자신의 살과 맞닿는 진지한 삶으로서 인식해야 할 필요성도 있다. <영화는 영화다>가 단순 외형적으로는 나름대로 재미있게 구성되어있고, 동시에 장르적으로 어느 정도 변형되어 새로움이 가미 된 조폭영화로서 받아들여질지 모르겠으나, 실은 그 이상의 중요한 가능성들을 뚜렷이 내포하고 있다. 

 

현학적이고, 난해한 개념어들로 점철된 현대철학에 있어서, 재현은 예전만큼의 위상을 잃기도 한다. 그러나 거시적으로 바라보면 사조는 하나의 사조일 뿐, 그것이 절대 진리는 아니다. 다시 좁게 보면 우리는 분명 '현실'이라는 그 무엇과 가장 직접적으로 맞닥뜨리고 있다. 이것을 받아들이나, 아니면 이것으로부터 도피하느냐는 개인의 문제로 더 좁혀질 수도 있겠지만 이미 '현실'은 이런 논의의 핵심적인 담론체다.

 

현실의 재현은 자신의 삶과의 합의를 당연시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여전한 희망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영화는 영화다>는 가능성의 영화임이 증명된다. 세상에는 사유할 만한 가치를 지닌 '문제'가 있을 것이고, 또한 정답이건 오답이건 '답'도 있을 것이다. 이 영화는 이 둘 중 바로 '문제'에 해당된다. 현실 속의 영화라는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 인가. 이 가벼운 논제조차, 가벼운 태도로 일관하는 어떤 관객에게는 논의의 대상조차 되지 못한다. 그만큼 고심하여 고통으로 완성된 '영화'를 향한 어떤 사유의 계기조차 마련하지 못하는 이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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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영화다>는 현실과 가상의 문제 깊은 곳을 들추어낸다. 가상은 허구인지, 그것은 또 다른 현실로 작용하는지에 대한 생각의 틀을 마련한다. 현실과 가상 간 관계적 논의의 중요성 중 하나는 넓게는 예술이 가지는 통시대적 의미, 좁게는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가상적 매체, 매스미디어가 우리에게 가질 수 있는 의미를 새롭게 상정해준다는 것에 있다. <영화는 영화다>는 삶의 본질적인 문제를 직접적으로 탐구하지는 않지만, 그 곳으로 향하는 길은 분명히 제시한다. 영화와 현실은 종이 한 장 차이일지도 모른다.

 

젊고 싱싱한 에너지로 가득한 <영화는 영화다>. 이는 영화의 가장 기본적인 속성인 재미의 미덕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여기서 김기덕 시나리오의 대중적 가능성을 엿볼 수 있다. 그렇다고 그다지 김기덕적이지는 않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가 쓴 시나리오지만 새로운 냄새 또한 함께 풍기는 것은 신인 감독 장훈의 뚝심 있는 연출력에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걸어본다. 또한 강지환, 소지섭이라는 두 젊은 배우가 이 영화의 가능성을 함께 짊어지고 있다. 봉감독을 연기한 고창석이라는 맛깔스러운 배우도 놓칠 수 없다. 이렇듯 배우는 비주류로 상정되어있는 영화들의 가능성에 큰 힘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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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진한 영화가 아주 많이 필요하다. 이런 영화들을 디딤돌로 삼아 삶의 본질적 탐구와 그 깊이에 다다르는 영화들이 우리의 현실 속에 친숙하게 다가와 다양한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

 by 김태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