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단상

<반두비>를 보면서 영화제작적으로 마음이 짠한 순간이 하나 있다. 여고생 민서(백진희)가 만수(이주노동자의 월급을 떼먹은 악덕사장)의 집에 찾아가 난동을 피우는 장면으로, 호사한 만수집에서 민서가 골프채로 부수는 것은, 가족사진 액자 몇 개와 테이블 위에 놓인 과일바구니 던지는 정도이다.
어쩌면 이게 청소년이 볼 수 없는 19금 청소년 영화라 '폭력수위'를 조절한 것이겠지만, 아마도 속내는 독립영화로 제작비 걱정이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생각된다.
한동안 이 생각이 아쉬움을 갖고 살았는데, 오늘 SBS에서 새로 시작하는 <태양을 삼키다>라는 드라마를 보다보니 다시 <반두비>가 떠오른다.
드라마를 잘 안봐서 모르겠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전광렬(장민호 역)이 김용건(유강현 역)의 사무실에 들어가 골프채를 휘두르는 장면은 다시 한번 <반두비>에 대해 짠한 생각을 하게 한다. 전광렬를 멋있게 폭력적으로 골프채로 도자기니 가구니 부수고 싶은데로 부수는데...
한편으로, 액자 몇 개 깔짝깔짝 부수고 분을 토로해야하는 민서는 아무리봐도 처량하다.
그나저나 이제 만수는 민서의 바람처럼, 이제 철 좀 들었나모르겠다. (mamor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