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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특집은 이경미 감독의 장편 데뷔작 <미쓰 홍당무>로 정했습니다. 이 영화는 이제까지의 한국영화에서 좀처럼 볼 수 없었던 ‘왕따 여선생’이라는 여성캐릭터를 전면에 배치하여 이야기를 구성합니다.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듯이, 누구도 호감갖지 못할 이 여성은 남들의 경멸적인 시선에 아랑곳 하지 않고, 당당하게 살아갑니다. 영화상으로 보면 그 당당함은 어디서 연유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특유의 비상식적 코드로 그 당당함을 유지하는 듯 보입니다.

이번 특집을 <미쓰 홍당무>로 기획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대략 두 가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첫 번째 이유는 한국영화의 여성캐릭터 변화에 관한 고찰의 계기로서 입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진행된 한국영화의 양상 속에서, 과연 여성 캐릭터들은 어떻게 구현되고 있는가의 문제에 <미쓰 홍당무>는 반드시 짚어야 할 영화임엔 틀림이 없습니다. 언젠가, 멜로영화의 전형성으로부터 탈피한 20대 젊은 여성 캐릭터들은 '엽기'로 방향전환을 하게 되고, 기존의 예쁘고 가냘픈 여성적 이미지에서 자꾸 탈피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영화 속 남성들이 위로받는 여성 캐릭터의 이미지 역시 조폭영화의 영향관계 속에서 조금씩 변화합니다. 청순함과 강인함(폭력성)을 두루 갖춘다든가, 모성애 지극한 할머니상, 너무 커버린 미혼여성, 뚱녀에서 미녀로 탈바꿈하는 여성 등등 기존 이미지와는 다른 여성캐릭터를 통해 공감을 이끌어내려고 합니다. <미쓰 홍당무>는 그런 의미에서 영화 속 누구에게도 위안으로써의 역할을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비호감을 과장하여 타자를 밀어냅니다.

두 번째 이유는, 이 영화의 특이성을 두고 모 저널에서 “전대미문의 캐릭터 영화”로 규정하고 열렬한 지지를 쏟아내는 관점에 의문을 갖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영화고, 신선한 캐릭터를 발굴했다는 데 의의를 삼을 수는 있지만, 그 정도의 찬사는 너무 앞선 것이 아닌가가 저희 필진들의 한 목소리였습니다. 그 글들을 보면, 마치 <미쓰 홍당무>가 이경미라는 신인감독에 의해 만들어진 한국영화의 지평을 바꾼 엄청난 괴작처럼 믿게끔 합니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이 영화에 높은 점수를 주고 있습니다. 엄격한 비판론은 아주 소수에 불과합니다.

그래서 더욱 이 영화에 관해 이견을 제시해야 하지 않을까, 좀 더 꼼꼼히 영화를 뜯어봐야하지 않을까라는 문제의식이 생겼습니다. 과연 비호감이기도 하고, 피곤하기도 한, 이 양미숙 캐릭터를 어떻게 보아야 할 것인가? 이번 특집에서 그 부분은 꽤 세밀하게 다루어질 것입니다. 먼저 mamoro는 <미쓰 홍당무>에 대한 ‘캐릭터 영화’라는 규정에 의문을 제기합니다. 더불어 토드 솔론즈의 <인형의 집으로 오세요> 그리고 이경미감독의 단편 <잘돼가? 무엇이든>과 비교하면서 양미숙 캐릭터의 허전함과 아쉬움에 대해 의견을 피력합니다. 그리고 dela68은 <엽기적인 그녀>와 비교하면서, <미쓰 홍당무>의 캐릭터의 특이성, 즉 엽기에 대한 강조보다는, 안하무인인 주인공이 제자와 관계를 맺으면서 타인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이를 통해 다시 스스로 살아갈 용기를 얻는 과정에 주목해야한다고 말합니다. vovovdh의 경우, mamoro의 입장과 동일 선상에서, 비정상성을 여성캐릭터에 부여한 의도를 추적함으로써 영화상의 모순을 지적하고, 결말부 주인공의 최종선택에 대한 문제제기를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gipsymoon은 삽질을 할 수밖에 없는 양미숙의 모습을 통해 루저(looser)와 여성유대가 어떻게 조응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른 영화들과 비교하고 있습니다.

이번 특집은 <미쓰 홍당무>에 대해 전반적으로 아쉬운 관점을 드러내고 있기에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만큼 한국영화, 또한 이 영화에 대한 애정이 각별했기에 나올 수 있는 목소리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을 듯합니다. 한 영화를 두고 평가하는 다양한 시각은 꼭 필요할 것입니다. <미쓰 홍당무> 영화를 넘어서서, 한국 영화의 여성캐릭터에 대해 심도있게 고찰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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