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강의의 주인공은 장선우 감독입니다.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거짓말>의 연출자이기도 하고, 80년대를 대표하는 리얼리즘 작가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은 언제나 화제를 몰고 다니기도 하지요...
지금까지 만들어 온 작품들 위주로 장선우 감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971년 서울대 고고인류학과에 입학, 70년대 학생운동을 하다가 1980년 이장호 감독의 <바람불어 좋은 날>을 보고 광주민주화운동을 영화해보겠다는 생각으로 충무로에 들어갔다.이장호 감독 연출부를 거쳐 선우완 감독과 공동연출한 <서울예수>로 데뷔했다. 본명은 장만철이지만 선 우완 감독의 성 선우를 따 당선우로 이름을 바꿨다. 박광수 갑독과 더불어 80년대 한국 뉴웨이브의 대표적 감독으로 평가받지만 실제 그의 영화세계는 박광수 감독과 지극히 대조적이다. 박광수 영화에서 발견할 수 있는 지식인 시점이나 흔들리지 않는 리얼리즘에 대한 신념 등을 장선우 영화에선 발견하기 어렵다. 대신 그의 영화엔 지식인에 대한 혐오감과 엄숙주의에 대한 냉소 같은 것이 흐른다. 하지만 무엇보다 두드러진 차이는 박광수 감독과 달리 같은 자리에 진득하게 머무르지 못한다는 점이다. 분방함과 자유로움이 장선우 영화가 문제적 작품이 되도록 이끌어 왔는데 특히 <너에게 나를 보낸다><꽃잎><나쁜영화><거짓말>오 이어지는 최근의 궤적은 그 정점에 해당한다. 그런데도 그가 자신의 영화가 리얼리즘에 기반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동시대성'에 천착한다는 점일 것이다. 그는 기본적인 문제일지라도 지금 이 사회의 적나라한 모습이라고 생각되는 지점에 카메라를 들이댄다. 섹스와 발기불능과 아이러니가 지배하는 <너에게 나를 보낸다>나 거리를 떠도는 아이들과 부랑자를 동류로 등장시킨<나쁜영화>는 대표적인 예. 그 사이에 80년 광주를 다룬 <꽃잎>이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그는 사람들이 예상할 수 있는 경로를 벗어나는 일을 즐기는 쪽이다.
장선우 감독의 실질 데뷔작 <성공시대>(1988)는 김판촉이라는 신입사원이 자본주의의 성공신화에 도전하다 좌절하는 과정을 담은 영화다. 김판촉, 성소비, 막강그룹 등 등장하는 이름만 보더라도 <성공시대>가 풍자적 성격의 영화라는 걸 짐작할 수 있다. 박영일 원작을 영화화한 <우묵배미의 사랑>(1991)은 우묵배미라는 서울근교 마을을 배경으로 배일도,

 민복례, 새댁이 벌이는 한국식 애정물, 등장인물 각자가 처한 상황이 절박하게 그려진 이 작품은 그의 영화가운데 드물게 정치적인 성격이 배제된 영화다. 하일지 소설이 원작인 <경마장 가는 길>(1991)은 두 지식인을 통한 한국사회의 단면을 그린다. 남자는 여자의 몸을 원하고 여자는 남자의 지식을 원하는 둘의 관계는 여자가 안정된 자리를 차지하면서 무너지는데 감독이 바라본 한국의 지식인 사회는 그처럼 속물적 욕망에 질척대고 있는 것이다. 베들린영화제에서 알프레도바우어상을 수상한 <화엄경>(19930은 관념적인 철학을 초현실적으로 그린 작품. 길을 떠난 소년이 세상과 만나면서 삶의 진리를 깨달아가는 과정을 꿈같은 시퀸스와 현실적인 슬픔이 교차하는 장면으로 반복된다. 장정일 원작의 <너에게 나를 보낸다>(1994)에서 장선우 감독은 동시대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를 모두 부정하는 태도를 보인다. 진보적인 이념이라 불리는 것도 예외는 아니어서 논쟁의 대상이 되기도 했던 작품. 1995년 그는 BFI의 의뢰로 한국영화 100년에 관한 다큐멘터리 <한국영화씻김>을 만들었고 1996년 자신을 영화의 길로 이끌었던 80년대 광주를 다룬 영화 <꽃잎>을 연출했다. 80년광주에서 엄마를 잃은 소녀는 정신이상이 돼서 떠돌다 한 인부의 집에 잠시 머문다. 그곳에서도 폭행은 계속되고 소녀를 찾는 우리들이 도착했을 때는 소녀가 이미 떠난 뒤다. <나쁜영화>(1997)도 개봉당시 논란이 컸던 작품이다. 꽉 짜여진 형식에 대한 거부감이 드러나는 이 영화는 거리에서 캐스팅한 나쁜 아이들과 다큐멘터리로 찍은 부랑자의 모습이 교차한다. 기성세대가 이해할 수 없는 변방의 모습을 날것 그대로 드러낸 이 작품은 도쿄영화제에서 아시아영화상을 받았다. 음란물이라는 이유로 작가 장정일이 구속되고 판매금지를 당하는 등 수년을 당했던 <내게 거짓말을 해봐>를 영화화한 <거짓말>에 이르기까지 그의 영화인생은 계속되고 있다.(303)

[필모그래피]

52년생 /서울대 고고 인류학과
81년 이장호 감독의 '그들도 태양을 쏘았다' 연출부
82년 영화평론가로 활동
85년 '서울예수' 공동 연출로 감독 데뷔
85년 <서울예수> 선우완 공동 연출
88년 <성공시대>
90년 <우묵배미의 사랑>
91년 <경마장 가는길>
93년 <화엄경> -베를린 국제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 수상
94년 <너에게 나를 보낸다>
95년 <한국 영화 씻김> - 48회 칸 국제영화제 영화탄생 100주년 기념다큐멘터리
96년 <꽃잎> - 아시아 태평양 영화제 작품상
97년 <나쁜영화> - 동경 국제영화제 특별비평상 수상
99년 <거짓말> - 99 베니스 국제영화제 본선 확정